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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꿈 간직한 청년, 8개월만에 빚더미

  • 상생
  • 입력 2018.01.03 14:19
  • 수정 2018.01.0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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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 동두천 네팔인 법당 용수사 주지 우르겐 스님이 치링씨를 방문해 쾌유를 발원했다. 우르겐 스님은 용수사에 주석하면서 한국내 네팔 이주민들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습니다. 돈을 벌어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뿌듯했습니다. 빨리 몸을 회복해서 다시 일을 하고 싶습니다.”

네팔인 노동자 치링 던롭씨
가난 탓에 고향땅, 형은 출가
건설업 막노동으로 가족부양
복부 수술 비용 등 1500만원

네팔 이주노동자 치링 돈듭(24)씨는 지난 4월 한국에 왔지만 입국 8개월만에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아직 한국에 오기 위해 얻었던 빚도 갚지 못했는데 강도 높은 노동으로 배 안쪽에 염증이 생기고 구멍이 났기 때문이다.

하루 12시간씩 일했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에서 별다른 직업없이 지냈던 치링씨에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냥 즐거웠던 나날이었다. 가족이 함께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어려운 가정환경 탓에 형은 어릴 적 출가를 했다. 어린 여동생들도 학교에 가 또래와 어울릴 시기지만 소일거리를 찾아 도움이 되려 했다. 아버지의 벌이로는 교육비는커녕 다음날 끼니를 걱정해야했다. 네팔에서 다섯식구를 부양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였다. 그즈음 한국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와 연락이 닿았다. 친구에게 전해들을 한국은 희망의 땅이었다.

건설업 일용직으로 취업했다. 매일매일 12시간씩 벽돌과 시멘트를 나르고 현장 청소를 했다. 한달에 쉬는 날이 많으면 4일이었다. 하지만 돈을 버는 재미에 몸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몸이 점점 아파왔지만 낯선 땅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으로 지나쳤다. 그런 와중에 속이 계속 쓰려왔다. 하루 더 일하면 집으로 보낼 수 있는 돈이 더 많아졌기에 가족들을 생각하며 아픈 것을 참았다.

“어린 동생들은 꼭 공부를 끝마치고 좋은 곳에 취직해서 가난한 삶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어요. 가족들의 생활이 점점 나아진다는 생각에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아홉 살 난 동생과 10대 여동생이 이 돈으로 공부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아픔도 잊혀졌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짐을 조금 덜어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일하고 또 일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오랜만에 쉬는 날 치링씨는 쓰러졌다. 잠시 바람을 쐬러 숙소를 나섰지만 12월 들어 매서워진 날씨 탓에 산책을 하기 쉽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누웠는데 정신을 잃을 정도로 속이 꼬이는 고통으로 며칠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근처 병원에 갔지만 그곳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더 큰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네팔인 공동체 용수사 주지 우르겐 스님의 도움으로 큰 병원에 갔지만 수술을 하기에는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염증이 너무나 심했고 위가 너무 얇았다. 그동안 막노동으로 무리한 탓이었다. 용수사에서 몸을 회복하고 1차 수술을 진행했지만 경과를 지켜본 후 2차 수술을 진행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한국에 오기 위해 얻은 빚과 병원비를 합치면 갚아야 할 돈은 1500만원이 가까이 된다.

“동생들을 잘 키워놓고 고향땅에 가게를 열어 장사를 하는 게 꿈입니다.”

치링씨에게는 한국이 희망의 땅이다. 네팔 청년의 꿈이 더 이상 스러지지 않도록 불자들의 자비 온정이 절실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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