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풍속 가운데 개와 관련 있는 날은 상술일(上戌日)과 대보름날이다. 정초의 첫 개날인 상술일에 일을 하면 개가 텃밭에 가서 해치거나 풀을 쑤면 개가 탐식하게 돼 배탈이 나 풀을 잘 쑤지 않는다. 제주도에서는 개날을 좋은 날로 여긴다. 개가 어디서나 물건을 물어들이므로 해녀들에게는 이날 도구를 손질해 두면 해산물을 많이 수확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다.
‘동국세시기’에는 보름날 개에게 밥을 많이 먹이면 여름에 파리가 많이 꾀고 마르기 때문에 밥을 먹이지 않는다. 속담에도 밥을 못먹고 굶은 것을 일러 ‘개 보름 쇠듯 한다’는 말도 있다. 이는 개를 사람과 가장 친한 동물로 여겨 사람처럼 부정을 가려 복을 주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전북 임실군 오수면은 충성스런 개 이야기로 유명하다. 술에 취한 주인이 잠든 풀밭에 불길이 번지자 자신의 몸에 물을 묻혀 불을 끄기를 반복해 주인을 살리고 죽은 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오수면 오수리 시장 내 원동산 공원에는 이 개의 충혼을 위로하는 의견비가 세워졌으며 1982년부터 ‘오수의견제’를 거행해 그 충심을 기리고 있다.
[1422호 / 2018년 1월 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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