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개발 등 각종 악재로 원활한 개최를 장담하기 힘들었지만 북한과의 극적인 화해무드 속에 남북단일팀이 결성되는 등 성공적인 올림픽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또 다시 목격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팀 경기에서 보여준 선수들 간의 불협화음은 우리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민낯이었다.
세 명이 출전하는 팀추월 경기는 가장 늦게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결정한다. 그런데 두 선수가 한 선수를 버려두고 결승점을 통과한 뒤 비웃음과 비난 섞인 인터뷰까지 진행해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국민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특정 선수를 왕따 시킨 두 선수에 대해 국가대표 자격 박탈 요구 국민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제출해 수십만 명이 동참했다.
이번 일은 해당 선수들의 함량미달의 인격에서 비롯됐지만 근본원인은 빙상연맹의 파벌싸움 여파였다. 2011년 당시 올림픽 금메달 3관왕이던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로 귀화해 버린 충격적인 사건도 빙상연맹의 파벌싸움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상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국민들이 조금은 냉정해져야 한다. 현상에 휩쓸리다 보면 근본원인을 놓치기 쉽다.
불교는 인과(因果)를 중시한다. 일이 발생하면 원인과 이에 따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현상에 휩쓸리지 않고 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학업과 인격도야는 도외시한 채 오로지 운동기계를 키워내는 엘리트 위주 선수 양성과 인맥에 따른 줄 세우기는 우리 스포츠 전반에 걸친 고질적인 병폐다. 이제 철없는 선수들에 대한 비난은 잠시 접어야 한다. 더 근본적인 적폐에 눈을 돌려야 한다. 이번 사태가 선수 양성의 책임을 지고 있는 학교교육과 각 스포츠 연맹운영의 전반에 걸친 해묵은 문제들을 청산하는 시발점이 돼야 하는 이유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29호 / 2018년 2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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