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연구소[br]2018년 봄 학술제-불교의례의 무형유산적 가치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연구소[br]2018년 봄 학술제-불교의례의 무형유산적 가치
  • 김용덕 교수
  • 승인 2018.04.09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찰 중심 불교 무형문화유산, 관찰·해석 통한 의식전승 의지 필요”

▲ 2013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로 지정된 진관사 수륙재. 문화재청 제공

불교는 1600여년 동안 민족 역사와 함께 존속해 온 전통종교로서 사상, 철학,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영향을 주었습니다. 국가에서 지정한 문화재 가운데 유형문화재의 경우 불교문화재가 70% 이상 되는 것으로도 불교가 전통문화의 형성과 정착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였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무형문화재 220여 건 가운데 불교 무형문화재는 겨우 5종 7건이 지정되어 있을 만큼 불교 무형유산은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산업화 속 단절된 무형문화 유산
의례의식·사찰 풍속도 위기 놓여
분류·종목파악 등 밑그림 필요
이웃나라 불교유산 비교 검증도

현재 주기적 반복하는 의례는
축제로 발전시키는 원동력 돼
행사 참가자 제의공동체로 통합
새로운 문화창조라는 힘 얻기도

불교의례는 불보살 예경서 비롯
궁극적 지향은 해탈 이르는 수행
체계적 보존은 가치 인식서 출발
불교위상 제고에도 커다란 역할


많은 무형문화 유산들이 산업화시기를 거치며 전승의 맥이 단절되고 있습니다. 불교 문화재도 예외가 아니어서 상당수의 의례의식과 사찰 풍속들이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져갈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 평정에서 무형문화재는 유형문화재에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물적 자산보다는 정신적 자산으로서의 무형문화 유산에 보다 높은 비중을 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상은 이와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유·무형 문화재의 대립적 자질 중에서 특히 시간과 공간 차원에서 시간 문화재로서 무형문화유산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 당면 과제라 할 것입니다. 불교 무형유산의 연구는 결국 민족문화의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 무형유산의 정체성을 규명하는 가운데 인문학적 가치를 재발견하며, 미래사회에 맞는 인문학을 구상할 활로를 열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근래 문화재청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평가기준과 지표를 새롭게 마련하여 역사성·예술성·학술성·지역성에 따른 전승가치, 전승기량·전승활동 등과 같은 전승능력, 전승상황, 기반·의지에 따른 전승환경 등에 따라 9가지 평가지표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이는 무형문화유산의 가치를 판단하는 유효한 틀로서 전승의 기틀을 다지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일반 무형문화 유산의 이러한 평가기준은 불교무형문화 유산을 다룸에 있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불교에서도 사찰을 중심으로 전승해 오는 의례와 의식은 물론 신앙과 예능 등 비전으로 전승되는 문화유산을 조사하고 보존하려는 체계적 사업을 펼쳐야 합니다. 불교는 내외의 간섭으로 고유문화가 쇠퇴하거나 사라지는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아직도 전체 불교무형 문화유산에 대한 하위분류나 종목파악 등 체계적인 밑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대상이 되는 문화유산에 대해서 문헌을 통해 자료를 수집함은 물론 현장을 중시하는 현장론적 연구 태도가 중요합니다. 현장론적 연구 방법은 공시적 시각에서 불교유산 현장을 찾아가 문화 현상을 관찰하고 체험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상황에 맞게 맥락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태도입니다.

또 다른 연구 방법은 통시적 시각에서 불교가 인도,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승된 과정을 염두에 두고 문화변동론의 관점에서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의 불교 무형유산들을 비교 검증하는 방법입니다. 문화변동의 연구 태도는 외적 변동 요인과 내적 변동 요인이 있으므로 불교 내부의 어떤 요인들이 문화의 전승과 단절에 어떻게 작용하였는지 면밀히 분석하는 태도도 견지해야 합니다.

불교 무형문화 유산은 대부분 사찰을 중심으로 전승됩니다. 종교문화의 특성상 특정 사찰만이 아니라 개산대제처럼 여러 사찰에서 동시에 행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그런가 하면 해인사나 통도사처럼 단오에 소금단지 묻는 풍속처럼 한두 사찰에 한정되어 전승되는 경우도 있고, 월정사 탑돌이처럼 유일하게 전승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자국 문화의 우수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세계 여러 나라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재 등록 사업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16년 현재 18종의 무형문화재가 세계문화재로 등록되었으나 앞으로 더 많은 문화재를 발굴하고 가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불교 무형유산의 연구는 한국문화의 유구함과 독자성을 드러내 우리 스스로 자긍심을 갖게 하고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로 알리는 기회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불교 무형문화의 연구가 미미하게나마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불교 무형문화연구 분위기를 진흥시키는 데 기여함으로써 불교 무형문화 연구의 수준을 높이는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문화의 연구가 연구에 머무르지 않고 그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문화산업과 연계하는 연구 방법론을 모색하는 데에 활용해야 합니다.

불교의례의 종교적 의미와 성격을 파악하고 의식 전승에 대한 의지가 필요한 때입니다. 의례의 사전적 의미는 의식과 동의어로 보아 격식을 갖춘 행사로 공사, 불사, 신사, 경조 등이 있을 때 행하는 예법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의식과 의례는 구분해야 합니다. 의식이 공적 행사에서 형식적인 틀을 중시하는 세속적 의미가 있다면, 의례는 종교적 원형을 간직한 전례, 관습적 법도를 지키는 예법에 비중을 두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의례는 오히려 밀교적 제의와 가까운 표현입니다.

의례를 행하는 것은 신성한 공간에서 경험하는 초자연적인 신과의 접촉이며, 인간의 종교적 심성을 통해 신성한 존재와 소통하는 의식이고, 사회적 통합을 위해 기능하는 일종의 종교 형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의례는 원시종교에서 발생하여 처음에는 극히 간단하였던 것이 점차 신화의 제공을 받아서 복잡한 의례로 발전하여 진화하는 동안 관례화하고 습속화 하고 혹은 법률화하게 되었는데, 도덕적 종교의 건설에 따라서 점차 간소화 하였습니다.

의례의 성격은 종교적 문화현상의 하나로 소통·갱신·주술·수련의 특성을 갖습니다. 의례는 초월적 존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초월적 존재와 인간의 관계, 초월적 존재에 대한 인간의 태도, 인간생활에 대한 초월적 존재와 연결하는 소통의 통로가 됩니다. 예배의식을 통해서 인간과 초월적 존재, 신 또는 신성한 능력과 관계를 맺게 해주며, 이 같은 관계 속에 내포된 감정과 반응을 가능하도록 작용합니다. 그리하여 좌절이 극복될 뿐 아니라, 인간생활과 사회의 특성인 욕구불만이나 장애 요소에 대한 정서적 적응을 촉진해 안정시키고, 새로운 삶을 열어가게 합니다. 그리고 신과 인간, 인간과 인간을 소통하게 하는 성격을 갖는 것입니다.

의례는 영원한 현재를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주기성을 갖습니다. 의례에서는 신화의 세계가 재연됨으로써 신과 인간, 인간 상호간에 교류가 증대되는 가운데, 신화속의 이상을 확인하고 삶의 이상적인 형상을 찾게 해줍니다. 의례 참여자들은 일상적인 현실을 벗어나 허구의 세계에서 재충전을 하게 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원동력을 얻습니다.

이러한 의례의 성격이 의례를 축제로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됩니다.  의례를 행하는 시간과 공간은 성과 속, 신과 악마, 정과 부정, 질서와 혼돈이 교차하고 마침내 대립과 극한이 극적으로 융합하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일상적인 시공간이 정화되는 제의 마당에 참여한 사람들은 사회적인 모든 신분관계를 떠나 제의 공동체를 만들고 통합하게 됩니다.

제의의 유형에서 신불과의 소통을 위한 행태는 기도와 기원의 몸짓, 초월적인 존재를 모방하거나 신비한 체험을 재연하려는 수행의 몸짓, 신불을 즐겁게 하려는 희생과 봉헌의 몸짓, 영생을 획득하려는 주술의 몸짓이 있습니다. 신불과의 소통을 위한 시간과 공간은 일상의 시공간이 아닌 성스러운 시공간으로서 일상과 구분되는 경계로 구획 짓습니다. 일상의 시공간은 계측이 가능한 자연의 현상인 데 비해, 성스러운 시공간은 경험의 시공간으로서 태초의 때와 장소로 연결되어, 그때와 그곳으로 연결됩니다. 영산재는 석가의 때와 장소로 돌아가 부처가 베푸는 영산회상을 재현하는 법식입니다. 일상의 시공간을 신성한 시공간으로 전이시키려면 어떤 의식을 행함으로써 가능합니다. 이를테면 결혼식을 시작하기 위해 신랑신부의 부모가 초에 불을 붙이는 순간, 예식장이 신성한 시공간으로 구획되고, 예불을 하기 위해 범종을 울리는 순간, 사원의 시공간은 일상으로부터 분리되어 성스러운 시공간으로 구획됩니다. 그리고 의례를 행하는 시공간을 신성한 시공간으로 전이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물건들을 배치하여 신불이 왕림하도록 장엄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은 모두 상징적으로 표상됩니다.

의례의 문화적 의미 체계는 표출하는 양상에 따라서 언어, 행위, 도구의 상징으로 표상됩니다. 불교의례는 의례를 행하면서 불보살과 소통하기 위해 암송하는 불경과 진언 같은 언어상징, 불보살과 신중을 청해 위로하는 범패와 작법무 같은 행위상징, 도량을 장엄하고 재를 진행하는데 소용되는 도구들이 갖는 도구상징이 있습니다.

▲ 김용덕
한양대 명예교수
불교의례는 예경과 반승에서 비롯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의례는 승단의 계율을 통한 불교의 사상적 심연과 관계가 있습니다. 즉, 불교의례의 궁극적 지향점은 해탈에 이르는 수행이므로 수행을 위한 여러 행위규범이 가장 기본적인 의례로 제정되고, 신도들의 신행활동에도 일정한 규범이 요구되어 점차 형식을 갖춘 의례가 형성되었습니다. 의례의 분류는 설행의 목적, 시기, 주체, 장소, 행태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다양합니다.

불교의례의 체계적 보존은 우리가 그 가치를 인식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이는 불교의 위상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입니다.


 

[1435호 / 2018년 4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