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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2연기의 구조와 의미

붓다가 직접 증득한 깨달음의 실체적 내용

일반적으로 초기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이자 붓다의 깨달음과 직결된 내용은 연기법(pratīya-saṃutpāda, 緣起)으로 볼 수 있다. 이때 ‘연기(緣起)’란 ‘조건적으로 발생하는 현상 혹은 법칙’으로 이해된다. 지난 호에서도 언급했듯이, 대체로 연기법은 초기불교의 맥락에서는 ‘상호의존성’을 의미하는데, 마치 볏단이 서로 기대고 있는 것으로 비유되곤 한다.

실존적 괴로움의 원인과
이를 해소하는 방법 담겨
무명에 따른 윤회의 순환
거슬러 가면 해탈로 귀결

이러한 연기법은 초기경전에서 매우 다양한 교설의 형태로 제시된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이고 정형화된 교설이 12연기이다. 사실 초기경전에서 12연기와 관련한 교설들을 살펴보면 지분연기와 관련된 교설은 5지 연기, 7지 연기, 그리고 9지 연기나 10지 연기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제시된다. 이러한 교설 가운데 12연기는 가장 완결된 형태로 정비된 교설이다. 이러한 12연기는 학자들에 따라 여러 이견이 있지만, 4성제와 함께 붓다가 직접적으로 증득한 깨달음의 구체적 내용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12연기의 구조가 순관(anuloma, 順觀)과 역관(pratiloma, 逆觀)의 중층구조로 되어있는 점이다. 이는 붓다의 깨달음의 구체적 내용인 연기법, 즉 붓다가 몸소 실행했던 자내증의 연기적 통찰방식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12연기의 순관과 역관의 중층구조는 ‘연기 4구(연기공식)’ 및 ‘4성제’의 구조가 보여주는 ‘유전문(流轉門)’과 ‘환멸문(還滅門)’의 전개방식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요컨대 12연기는 ⒜무명(avidyā, 無明), 즉 연기의 도리(4제 연기)에 대한 무지(無知)로 인한 실존적 괴로움의 발생구조(순관)와 ⒝연기의 도리에 대한 바른 이해(vidyā, 明)를 통한 실존적 괴로움이 소멸되는 구조(역관)를 보여준다. 즉 12연기는 실존적 괴로움의 원인과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결국 죽음으로 귀결되는 인간의 윤회적인 삶(유전연기)과 그로부터 벗어나는 열반의 길(환멸연기)을 중층적인 인과관계의 형태로 제시한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잡아함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나는 이제 인연법(因緣法)과 연생법(緣生法)을 말하리라. 어떤 것을 인연법이라 말하는가. 이른바 이것이 있기 때문에 저것이 있다는 것이다. 즉 무명(無明)을 인연하여 행(行)이 있고, 행을 인연하여 식(識)이 있으며, 식(識)을 인연하여 명색(名色)이 있고, 명색을 인연하여 육입(六入)이 있고, 육입을 인연하여 촉(觸)이 있고, 촉을 인연하여 느낌(受)이 있고, 느낌을 인연하여 애착(愛)이 있고, 애착을 인연하여 취함(取)이 있고, 취함을 인연하여 존재(有)가 있고, 존재를 인연하여 태어남(生)이 있고, 태어남을 인연하여 늙음(老)과 죽음(死) 그리고 순수한 큰 괴로움의 무더기(苦蘊)가 모이는 것이다”라고 시설하고 있다.

여기서 12연기란 ①무명(無明), ②행(行), ③식(識), ④명색(名色), ⑤육입(六入), ⑥촉(觸), ⑦수(受), ⑧애(愛), ⑨취(取), ⑩유(有), ⑪생(生), ⑫노사(老死)를 말하는데, 이에 대한 관찰방식에는 순관과 역관이 있다. 즉 12연기의 순관과 역관의 구조는 ‘연기 4구’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방식으로 이해된다. 먼저 12연기의 ⒜순관은 ‘연기 4구’의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此有故彼有),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此生故彼生)”라는 유전문의 구조와 결합된다. 한편 12연기의 ⒝역관은 ‘연기4구’의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고(此無故彼無),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도 소멸한다(此滅故彼滅)”라는 환멸문의 구조와 결합된다.

따라서 12연기의 각 지분(구성요소)들의 인연관계와 그 생멸구조는 초기경전에서 제시하고 있듯이, 인연관계는 인연법으로 생멸구조는 연생법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12연기는 대체로 각 구성요소들의 연기적 상관성이나 그 의미를 심리적․인식론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상좌부나 유부에서는 인간의 삼세에 걸친 윤회과정을 설명하는 삼세양중인과(三世兩重因果)로 해석하기도 한다. 결국 12연기는 논리적․인식론적으로 이해하는 방식과 존재론적으로 해석하는 두 방향으로 전개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35호 / 2018년 4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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