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고묘 황후
15. 고묘 황후
  • 알랭 베르디에
  • 승인 2018.04.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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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 임에도 궁 밖에서 백성 보살핀 일본의 관세음보살

▲ 고묘 황후가 직접 나병 환자를 씻겨 주는 모습.

일본 역사 속 황후 중에서도 가장 위대하고 존경 받는 인물은 고묘 황후(光明皇后, 701~760)다. 그의 배우자는 후지와라 혈통이 세운 왕국의 황제 쇼무(聖武天皇, 701~756)로 724년 정식으로 황제 자리에 올랐다.

남편 쇼무 황제 되며 황후 올라
불교 부흥 염원하며 기반 다져
도다이지 불상 등 불교유적 남겨
빈민 위한 일본 첫 병원도 설립

당시 일본 황실은 불교를 국교로 받아들이고 전국에 불교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힘쓰고 있었다. 쇼무 황제는 불심이 매우 깊었다. 그는 743년 도다이사에 16m 높이의 비로자나불상을 세우도록 했고, 여러 지방에 사찰을 건립하면서 일본을 아시아를 대표하는 불교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서원을 키워갔다. 25년간의 통치를 마치고 749년, 가장 아끼던 딸 아베(718~770) 공주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왕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아베 공주는 고켄 황제(孝謙天皇)가 된다.

고묘 황후는 아베 공주의 동생인 왕자가 태어난지 며칠 지나지 않아 세상을 뜨는 시련을 겪으며 더욱 불교에 집중했다. 그의 깊은 불심은 도다이지의 불상, 야쿠시사원 등을 포함해서 나라시대 수많은 불교 유적을 남기는데 큰 기여를 했다. 고묘 황후가 나라시대 불교 역사에 기여한 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가 만들어냈던 모든 일들이 일본 전체 불교 역사에 큰 획을 그었음을 알 수 있다. 고묘 황후는 수많은 불교 경전을 만들도록 지시했고 이들 중 몇 권은 지금도 도다이지에 보관돼 있다. 그가 가장 아꼈던 책은 공주가 불자가 되는 이야기를 다룬 것이다. 고묘 황후는 이 일화를 통해 여자도 불교 교리를 배우고 지식을 넓혀 나가면 수행할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 했다.

고묘 황후가 일본 역사 속에서 존경 받는 인물로 기억되는 이유 중 또 다른 한 가지는 바로 그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과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언제나 관대하고 자상했다는 점이다.

그는 황후로서 궁궐 안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것을 지양했다. 직접 궁궐 밖으로 나가 부모를 잃은 고아나 낮은 계급 출신의 가난한 사람들, 전쟁에서 다친 부상자들을 돌보는데 몸을 아끼지 않았다. 730년, 그는 일본 역사상 최초로 병원을 건립하기도 했고 환자나 빈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집과 약국을 만들기도 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병을 고칠 수 있도록 다양한 약을 개발하도록 학자들을 격려했다. 기근이 닥칠 때면 백성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식량을 배분하기 위해 힘을 쏟았다.

그에 관한 일화는 일본 역사책에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그 중 하나가 부처님 말씀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 나라현 호류지로 가서 수천명의 거지를 직접 씻겨줬다는 일화다. 이 중 전설처럼 내려져 오고 있는 일화 하나는 나병 환자인 노인을 씻긴 후 노인의 피부에 남겨진 고름을 빨아내기 시작하자 갑자기 병실에 커다란 빛이 비춰지며 노인의 얼굴이 변했는데, 그 노인은 자신이 부처님이 보낸 사람이며 백성들이 황후처럼 부처님 말씀을 따른다면 악으로부터 보호받고 번영을 누릴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고묘 황후는 딸이 천황에 오르자 남편과 함께 사원으로 들어가 승려가 됐다. 쇼무 황제와 고묘 황후가 지니고 있던 모든 불교 관련 서적과 공예품들은 일본 나라현 도다이지에 있는 왕실 유물 보관소인 쇼소인에 잘 보존돼있다. 고묘 황후는 760년 남편 쇼무 황제가 세상을 떠나고, 4년 후 세상을 떠났다.

여성들의 힘이 미미하던 시절, 고묘 황후는 불교 부흥을 염원하며 일본 불교 기반을 단단히 다졌다. 황후라는 높은 지위에 안착하지 않고 나라 곳곳을 직접 돌며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손을 내밀고 선행을 쌓으며 부처님 가르침을 직접 실천한 그는 일본 역사 상 흔치 않은 위대한 인물임에 틀림없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37호 / 2018년 4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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