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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호엔회 스님-상

싱가포르서 자수성가 이룬 후 비구니 되어 자선 사업

▲ 인자한 모습의 호엔회 스님.

호엔회(Ho Yuen Hoe) 스님의 인생은 놀랍기 그지없다.

악몽 같은 유년시절 극복해
사업가로 성공 후 불교 귀의
중국이민자 위한 센터 설립
노인 돌보며 자선사업 펼쳐

그는 중국 광저우 시골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여섯 살 되던 해 홍콩의 한 노부인에게 노예로 팔렸다. 2년 후 노부인이 세상을 뜨자 다시 자녀가 없는 부부에게 입양돼 하녀처럼 살았다. 양부모가 세상을 떠나자 다시 부유한 대지주 아들의 첩으로 팔려갔다. 그 집안의 부가 아편 밀수를 통해 이루어지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그는 악몽 같은 유년 시절을 겪은 홍콩을 떠나 싱가포르로 향했다. 싱가포르에 도착한 그는 한 달 월급 2달러를 벌며 가정부로 일했다. 그리고 20대 후반, 차이나타운에 작은 가게를 차렸다. 여성들이 머리를 정리할 때 사용하는 헤어번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침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쉬지 않고 만들어냈다. 그리고 번 돈을 모두 저축했다. 이때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채식주의자가 됐다.

모진 고생 끝에 모은 전 재산으로 그는 마침내 클럽 스트리트에 위치한 목 좋은 곳에 가게 하나를 샀다. 학교를 가본 적도 없고 글자를 읽지도 못하는 문맹인이었지만 새로 산 가게를 세놓으며 새로운 투자를 해나갔다.

그는 항상 자신보다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했다. 가난으로 딸들을 돌볼 수 없다는 한 중국 가족의 이야기를 들은 그는 딸 여섯 명을 입양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50세가 되던 해, 그동안 모은 재산으로 만풋통(Man Fut Tong)이라는 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중국에서 온 가난한 이민자들이 새로운 환경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곳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불심이 남달랐던 그는 입양한 아이들이 모두 성장해 독립했을 때, 속세를 떠나 불교에 귀의해 남은 인생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돌보며 부처님 말씀대로 살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홍콩 란타우 섬에 있는 사원으로 들어갔다. 3년간 그곳에 머물며 불교 공부와 수행을 한 그는 비구니계를 받고 싱가포르로 돌아왔다. 그 후 린치쳉(Lin Chee Cheng) 사원을 건립했다.

호엔회 스님은 사원에서 가족을 잃고 생계를 이어갈 여력이 없는 여성 노인 40명을 돌보기 시작했다. 이들의 생계를 위해 스님은 난초 재배 사업을 시작했다. 스님의 난초는 국제대회에서 수상할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채식음식 사업도 했다. 손수 재료를 다듬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었고 그 음식들은 채식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싱가포르인에게까지 큰 인기를 얻었다. 이렇게 시작한 사업들이 번창해 벌어들인 돈들은 한 푼도 남김없이 모두 자선 사업에만 쓰였다.

1987년 호엔회 스님은 그의 자선 사업이 더욱 체계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려고 사찰을 자선사업 기관으로 정식 등록했다. 스님의 모습에 감동한 싱가포르 불자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게 됐고 그들은 자원 봉사자가 돼 스님에게 힘을 더해주었다. 그와 불자 자원봉사자들은 싱가포르 정부에 더 많은 자선단체를 만들어 어려운 자들을 돕자고 건의했다.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정부 관료들과 만난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그저 나이 들고 지친 분이 배고프지 않도록 매일 음식을 드리고 있지요. 그들의 힘겨운 얼굴을 보세요. 저는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글을 잘 읽지는 못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작은 힘으로 희망을 찾고 세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만 합니다. 그저 우리끼리 배불리 먹고 다른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38호 / 2018년 5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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