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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불자 기준 둘러싼 부파불교 논사들 논쟁

  • 교학
  • 입력 2018.05.18 09:47
  • 수정 2018.05.18 11:33
  • 댓글 2

금강 스님 ‘불교학보’서 소개
경량부·유부 오계 논쟁 분석
“한두 개만” vs “다 받아야”
불자기준은 삼귀의·오계 수지
실천 어려운 계는 일시 봉해

▲ 불교에 호감을 갖거나 스스로 불자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누구나 재가신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섯 가지 계인 불살생·불투도·불사음·불망어·불음주를 지키겠다고 다짐한 사람만이 재가신자인 셈이다. 사진은 수계를 받는 재가불자들. 법보신문 자료사진.
불교에 호감을 갖거나 스스로 불자라고 생각하면 누구나 재가신자가 될 수 있는 걸까. 재가신자들이 받는 오계 중에서 자신이 지킬 수 없는 계는 애초 받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동국대 박사과정을 수료한 금강 스님은 ‘불교학보’ 제82집에 수록된 ‘재가신자 오계수지에 있어서 부분수계의 문제’를 통해 전통적인 재가불자의 기준을 둘러싼 부파불교 논사들의 논쟁을 다뤘다.

논문에 따르면 교단이 처음 성립될 무렵에는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의식만으로 재가신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존하는 경과 율의 내용에는 삼귀의와 더불어 오계 수지가 필수적이다. 법장부, 설일체유부, 대중부 등 문헌에도 재가신자가 되려면 삼귀의를 세 번 제창한 다음 오계를 지키겠다는 서원을 통해 귀의하는 방법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다만 상좌부 문헌에는 삼귀의만으로 재가신자가 될 수 있다고 기록돼있지만 현재 상좌부에서도 재가신자가 되는 의식으로 삼귀오계를 받아들이고 있다. 따라서 다섯 가지 계인 불살생·불투도·불사음·불망어·불음주를 지키겠다고 다짐한 사람만이 재가신자인 셈이다.

그렇다면 오계를 다 지키지 못하면 재가신자가 아닌 걸까. 한두 개쯤 못 지키는 것은 허용해줄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금강 스님은 부파불교시대에도 이와 관련된 논쟁들이 있었음을 소개했다. 아비달마 논서인 ‘대비바사론’에는 경량부 계통 논사와 설일체유부 계통 논사가 오계를 다 받아야 하는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경량부 논사는 불교에 귀의하려는 재가신자가 오계 중에서 어떠한 계라도 서원해 받으면 율의가 성립되기 때문에 오계를 다 받을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율의 성립을 위해 일부의 계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부분수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면 설일체유부 논사는 삼귀의와 오계수지가 없으면 재가신자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삼귀오계를 통해서만 재가신자가 된다고 반박한다.

금강 스님은 논쟁내용을 상세히 소개한 뒤 경량부 논서인 ‘성실론’ ‘잡아비담심론’ 등에 대한 치밀한 문헌검토를 통해 경량부의 오계 부분수계는 붓다의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경량부만의 견해임을 지적한다. 이어 스님은 ‘증일아함경’에서 부처님은 삼귀의를 제창하고 오계를 알려준 후 계를 받도록 하지만 지킬 수 없는 계는 봉(封)하도록 여지를 남겨두고 있음에 주목했다. 봉은 ‘묻어둔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오계 중에서 받고자 하는 계를 마음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오계를 모두 받은 후 자신이 잘 지킬 수 있는 계는 철저히 지키고 나머지는 봉해둔다는 것이다. 다만 봉한 계를 꺼낼 때 재가신자 스스로 가능한지 아니면 계사를 통해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문헌 설명이 부족함도 덧붙였다.

금강 스님은 “오계 중에서 받고자 하는 계만 받는다면 잘못된 행위를 함에 있어서 계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실천해도 괜찮다는 변명이 작용될 수 있다”며 “오계를 모두 받고 봉한 재가자는 비록 봉했지만 계를 받았기 때문에 나름 실천하려는 마음의 의지가 작용할 수 있고 나중에라도 실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님은 “(오늘날 불자들도) 오계의 실천이 어렵겠지만 바른 삶을 지향하기 위한 실천적 삶의 지표라 이해할 수 있다”며 “오계 실천에 부담을 가지기보다는 오계를 지키기 위한 자신만의 기준을 설정하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41호 / 2018년 5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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