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예수, 원효-야스퍼스 비교…두 종교사상 규며
불교와 기독교의 비교 이해. 쉽지 않은 작업이다. 각 종교에 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려니와 종교의 비교라는 민감함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종교 사회에서 배타성을 버리고 이웃종교를 이해하려는 작업은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동감하는 부분이다.
훼불 사건으로 종교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이즈음 동·서의 문화와 사상을 이끌어 온 양대 종교인 불교와 기독교에 대한 비교 연구 서적 《석가와 예수의 대화》와 《일심과 실존》이 나와 눈길을 끈다.
《석가와 예수의 대화》는 석가와 예수, 예수와 그 제자들의 대화 등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이들의 대화를 가상해서 각 종교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방법을 취한다. 두 종교의 유사점을 묶거나 차이를 드러내는 방법이 아니다. 시·공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사람을 비교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 저자는 죽은 다음에 나온 여러 지식들에 대해서도 석가와 예수가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정신과 마음에 나타난 모습이 석가와 예수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믿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볼 때 석가는 예수의 길을 예비한 선구자며, 불교인의 입장에서 볼 때 예수는 석가의 진정한 후계자다. 석가는 셋째 대화에서 승복과 탁발을 예수에게 전달하고 여섯째 대화에서 석가는 예수를 자비가 충만한 미래불인 마이트리야라고 호칭한다.
양 종교의 어줍잖은 통합이 아니라 각 종교인에게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자신의 종교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장점이 돋보인다.
저자는 노트르담 대학에서 철학, 신학 등을 전공했고, 편역자 황필호 교수는 강남대 종교철학과 교수다. 다미원, 값 8000원
《일심과 실존》은 기독교와 불교, 이 두 종교를 신앙 기반으로 한 사상가의 비교다. 우리나라 대승불교의 대표 원효와 유신론적 실존주의를 표방하는 야스퍼스의 사상을 비교한 책이다.
‘원효와 야스퍼스의 철학적 대화’라고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원효와 야스퍼스가 직접 대화를 나누는 형식을 취한 것은 아니고, 그들 사상을 실재관, 인간관, 윤리관, 종교관의 영역으로 나누어 두 사람의 사상을 비교, 분석 하는 형식을 취했다.
저자는 원효와 야스퍼스의 종교 철학 사상의 공통적 특성으로 "인간 안에 있는 근원적 진리와 그의 실현을 종교 신앙의 핵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그리고 그들의 종교 사상이 개방적이며 교제적인 신앙의 지평을 지향하는 ‘이성적 신앙’임을 지적했다. 원효의 화쟁 사상과 야스퍼스의 이성적 교제의 사상은 어느 특정한 신앙에 매임이 없는 자유로운 신앙, 모든 고정화를 돌파하면서 좀더 폭넓은 신앙의 지평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저자인 신옥희 교수는 종교 철학을 전공한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로 수십년간 원효와 야스퍼스의 사상을 연구해 왔다.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 값 10000원
<공선림 기자 knw@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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