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禪과 氣-아나파나사티 수행 연방죽

기자명 김형규

숨 들이쉬고 내쉬는 경계에 무위의 경지 있나니…

서울 서대문구 연희 2동에 자리한 선 센터 연방죽(지도 무구 법사). 위파사나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위파사나’라는 말 대신 ‘아나파나사티(Anapanasati)’라는 말을 쓴다. 태국·미얀마 등 남방에서 수입된 ‘위파사나’가 기교적인 측면에 기운 나머지 부처님의 근본 수행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별다른 기교가 없다. 미얀마의 ‘위파사나’처럼 ‘경행(걸으면서 발을 관찰)’도 없고 일어나는 감각에 대한 특별한 집중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다만 자신의 들고 나는 숨을 관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정각을 이루셨던 《안반수의경》의 아나파나사티(Anapanasati) 수행이기 때문이다.

■번뇌
평화은행 원효로 지점장 조현식씨(44). 그는 IMF 한파가 몰아닥친 이후 마음이 편한 날이 없었다. 1차 구조 조정 때 살아남은 안도감도 잠시, 최근 다시 2차 금융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밤잠을 설치는 일이 많아졌다.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지점장이 퇴출 1순위가 될 것은 뻔한 일 …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고속승진을 해온 그였지만 2차 금융구조조정은 피해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내와 어린 자식들. 미칠 것 같은 답답함.

그가 지난 5월 연방죽을 찾았을 때 오연택 지도법사는 모든 것을 떨쳐버리고 오직 들고 나는 숨만을 관찰할 것을 요구했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번뇌가 단순히 숨을 관찰하는 것으로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까? 이해 할 수 없었지만 그는 숨을 관찰하기도 했다. 대학 시절 원불교에서 마음공부를 한 적이 있던 그는 다른 사람보다 진도가 빨랐다. 들고 나는 숨을 관찰하면서 마음이 고요해지는가 싶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더욱 더 많은 걱정과 불안이 그를 엄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길한 예감들은 상상의 나래를 펴고 기를 쓰듯 온 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는 답답했다. 도대체 숨을 관찰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호흡에 대한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들고 나는 숨을 제대로 관찰 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밤잠을 자지 않고 고민한다면 그 일이 해결될 수 있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고민을 하십니까? 들고 나는 숨만을 관찰하십시오.
순간 그는 무언가 커다란 망치로 머리를 맞는 느낌이 들었다. 그랬다. 단순 명료한 대답. 그러나 정답이었다. 순간 그는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숨에 집중하자 들고 나는 숨이 극명하게 느껴지며 마음이 평정해 짐을 느꼈다.

일단 그는 고민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그쳤다. 대신 숨에 대한 관찰에 더욱 더 치중했다. 그 결과 마음이 고요하게 가라앉으면서 고민·통증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현상들이 마음의 장난에 불과하며 바라보는 순간 조용히 사라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분노
전주지방법원 지관엽 판사(45). 그는 96년 ‘아나파나사티(Anapanasati)’를 하면서 자신에 대해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피의자나 가해자를 만나 대화를 하면서 이들이 한번 한 말을 반복해서 다시 하거나 혹은 거짓말을 할 때 갑자기 ‘분노’가 일면서 중간에 말을 자르거나 윽박지르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물론 일은 많고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자위를 해 보지만 판사로서 정확한 판결을 내리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법정에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들고 나는 호흡을 관찰하며 마음을 챙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상대편과 대화를 하는 동안 호흡을 놓치는 바람에 온전하게 집중하기가 힘들었지만 점점 호흡에 대한 집중이 강해지면서 대화 중간에 일어나는 화냄, 답답함 등 거친 마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알아차리고 조용히 지켜보자 곧 바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호흡이 깊어지자 이런 현상들의 이면에는 ‘교만’이라는 복병이 숨어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됐다.

언제나 성공한 삶만을 살아온 자신에게 어느덧 자기중심적인 심성이 내재돼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교만’이 사람을 대할 때 쉽게 분노로 표출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자세히 관찰해 보니 ‘교만’은 또한 실체가 없는 마음이 만들어 낸 허상에 불과했다. 그러나 통찰력이 깊어질수록 그는 색다른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교만’과 ‘분노’가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임을 인식하는 이는 또 누구인가?

■통증
한 달째 ‘아나파나사티(Anapanasati)’를 하고 있는 정희경(한·언, 24)씨는 신경쇠약과 불면증에 몇 년째 시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가 호흡을 관찰하기 시작하자 바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머리에 두통현상이 일어난 것. 그는 호흡에 관하면서 자연스럽게 두통이 일어나자 두통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지켜 볼 생각도 없이 호흡을 접었던 그가 두통의 실체를 파악하기로 작정한 것. 조만간 두통의 실체가 들어 났다. 연속적이며 지속적이라고 생각했던 두통이 사실은 일정한 사이클을 가지고 일어났다 사라지는 현상에 불과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 통증은 사라졌다. 실체는 없고 단순히 마음이 만들어낸 현상에 불과했다.

이처럼 두통을 관찰하며 모든 것은 일정한 형태가 없는 생(生)과 멸(滅)을 반복하는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삶 속에서도 커다란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불면증과 신경쇠약증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 것. 신경쇠약증이 생기면 그것을 관찰하고 불면증이 생기면 순간 속지 않고 그 실체를 바라보는 힘이 생겼기 때문이다.
02)334-1763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연방죽 무구 지도법사 일문일답

호흡에 집중하는 방법인데 부처님께서 깨달음에 이르신 수행법입니다. ‘아나(Ana)’는 들숨을, ‘파나(pana)’는 날숨을, 그리고 ‘사티(sati)’란 관찰, 알아차림, 마음집중, 마음 챙김을 뜻합니다. 따라서 들숨과 날숨, 즉 호흡에 마음을 집중하여 관찰하는 것이 ‘아나파나사티’ 수행입니다. 한역으로는 안반수의(安般守意)라고 번역하는데 흔히 수식관(數息觀)으로 잘못 알려져 있습니다. 《불설대안반수의경》에 따르면 부처님은 ‘들숨·날숨에 대한 관찰’, 즉 안반수의를 통해 자재와 자비의 마음을 얻게 됐으며 무위의 경지를 얻게 되었다고 설하고 있습니다.

특별한 기교나 방법은 없습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 면전에 마음챙김(sati)를 두고 들어가는 숨과 나오는 숨을 관찰하십시오. 이 수행의 목적은 깨닫기(sati)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통증과 번뇌와 망상으로 힘이 들지만 관찰의 힘이 강해지면 마음이 집중되어 고요해 집니다. 성성하게 깨어 집중된 마음으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닫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법(삼법인)을 직접 체험하게 되며 고통(번뇌)로부터 벗어나게 됩니다.

최근 인식되어 있는 위파사나는 대부분이 미얀마의 마하시샤도우의 아랫배에 마음을 집중하는 방법인데 상당히 테크닉(기교)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테크닉(기법)을 중시하는 사람들의 견해를 경계하였던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나파사나티’ 수행에는 그러한 기교적인 측면이 없습니다. 물론 저의 생각이지만 수행은 테크닉(기법)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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