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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탐구-초.중.고 도덕 윤리교과서

기자명 김형중

2.윤리 교과서에 나타난 종교 관련 내용의 문제점

1)유신론적 종교에 치우친 서술

학교 교육에서 종교 교육은 교과서에 나타난 종교 관련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교과서에 다루어지는 종교 관련 내용의 서술은 종교 간의 형평성, 공정성, 중립성의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교과서의 편찬자나 집필자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특정 종교에 치우쳐 서술되어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고등학교 국민윤리 교과서(1종도서)에 처음 종교 관련 내용이 단원으로 설정된 것은 제3차 교육 과정기(1974-1981)인 1979년에 초판 간행된 `국민윤리' `국민윤리'와 `자유 수호의 길'로 나누어졌던 교과서가 단행본으로 통합됨)이다.

대단원 Ⅱ. 생활의 예지, 중단원 1종교와 인생(37쪽-72쪽) 가운데 소단원 (1)인간의 종교적 욕구, (2)종교의 본질과 가치, (3)건전한 종교적 생활이라하여 3개의 소단원이 37쪽-45쪽의 분량으로 수록되었다.

이 교과서는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에서 종교를 서술하고 있다. "인간은 이성을 가지고 사고하는 존재이며, 정신을 가지고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존재이다"(38쪽)

또한 이 교과서에서는 한국 역사상 최고의 종교 사상가인 원효 스님의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이 그의 `하나의 마음'사상이 실려있다. "사람은 원래 영원하고 포괄적인 하나의 마음, 하나의 생명을 그 근원으로 삼는다. 그러나, 사람은 그 하나의 마음과 생명을 거역하고 감각적 욕구와 감정의 노예가 됨으로써 스스로 세계를 더럽히는 존재가 되고, 세상은 살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사람은 그 마음을 바로잡아 본래의 고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41쪽-42쪽)

이런 내용은 제4차 교육과정(1981-1988)에 의해 편찬된 1982년에 초판 발행된 국민윤리 교과서에서는 전면 삭제되었다. 이 교과서는 서구의 특정 종교관에 치우쳐서 편찬되어 1984년 《불교사상》 9월호에서 필자가 `기독교인을 위한 교육인가, 한국인을 위한 교육인가'란 논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한 대표적인 왜곡 교과서이다.

이 교과서에서는 종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도덕성을 함양한다는 취지에서 상당히 많은 단원과 분량이 종교 관련 내용을 싣게 되었다. 대단원 Ⅱ. 우리 겨레의 사상적 전통, 중단원 2. 외래 사상과 윤리(54쪽~65쪽) 가운데 소단원 (1)불교의 윤리, (2)유학의 윤리, (3)크리스트교의 윤리의 단원과 대단원 Ⅱ. 문화와 윤리, 중단원 4. 종교와 인생(128쪽-138쪽) 가운데 소단원 (1)종교의 본질, (2)종교의 윤리성과 건전한 종교생활, (3)공산사회에서의 종교의 단원을 통해 종교 관련 내용을 싣고 있다.

이 책에 나타난 인간은 한계성이 있으며, 종교를 통한 신의 구원을 갈구하는 존재로 묘사되어 있다. "인간이 절대적인 경지에 이르는 것은 인간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종교의 힘이 작용하고 있으니 그것을 가리켜 구원이라한다"

이 책의 연구문제 5에는 `이상적인 사회의 건설과 종교와의 관계를 크리스트교와 관련시켜 설명해 보자'고 하므로써 특정 종교를 선교한 교과서이다.

현행 윤리 교과서(1996년 발행 제6차 교육과정에 의해 편찬)에서는 예전처럼, 특정 종교에 대한 편찬된 서술은 없다. 그러나 초월자.절대자.신에 대한 설명이 무려 12줄이나 할애되어 설명되고 있다.

"절대자나 초월자는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절대자나 초월자를 대상화하여 인식하려는 것보다는 그에 대한 인간의 자세에 대하여 논하는 것이 우리에게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대부분의 종교는 거룩한 형상인 절대자나 초월자나 또는 신을 내세운다. 그러나 어떤 종교에서는 절대자나 특정한 신이 있다는 것조차도 부인하므로, 종교에 대한 정의는 그렇게 쉽지 않다"

이 글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유신론적 절대신의 종교관을 유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절대자.초월자)에 대한 존재 문제보다도 인간의 인식의 한계를 강조하였다.

신이 존재하는지(유신론), 존재하지 않은지(무신론)는 누구도 알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 철학적 문제이다. 인간의 인식 작용으로 인식할 수 없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실이다. 동양의 종교 가운데 특히 불교나 유교는 신(유일신.절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

91쪽에서도 문제가 있다. "음력 4월 8일은 석가 탄신 기념일로 공휴일이며, 화려한 연등 행사가 거행된다. 또 양력 12월 25일은 예수가 탄생한 성탄절이고 공휴일이며, 크리스트교 신자들은 종교 의식을 거행한다"

불교 교단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태어나신 날을 `부처님 오신날'로 통일해서 부른다. 따라서 `석가 탄신 기념일'은 `부처님 오신 날'로 용어를바꾸어 표기를 해야 한다.

1955년에 발행된 고등 사회 생활과 《인생과 사회》(고등공민부분, 3학년용, 탐구당 발행, 이재훈 지음)에도 종교 관련 내용의 단원이 있는데 이 책은 서구의 유신론적 종교와 신의 존재를 역설한 선교용 교과서이다. 대단원 제3편 문화를, 중단원 3. 인생과 종교(101쪽-110쪽)가운데 소단원(1)종교와 종교의 길, (2)신의 존재와 신앙, (3)종교와 인생이 있다.

이 책 103쪽에 보면 "종교에 들어가는 길은 다르지만 신의 실재를 믿으며 절대 타자인 신 앞에 자기는 약소 무력하며 중한 죄인이라는 것을 통감하고 자기를 부정하며 신의 힘에서 살려고 하는 것은 종교 생활의 본질이라고 보겠다."라고 하여 1종도서(국정 교과서)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정도의 특정종교에 편향된 종교관을 서술하고 있다.


2)칼뱅의 직업소명설을 강요하는 직업 윤리

현행 윤리 교과서(1996년 발행) 74쪽을 보면 "우리 나라에는 아직도 잘못된 직업관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예를들면, 관존민비, 직업에 대한 차별의식,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의 결핍 등이다."라고 하였다.

소명이란 사람이 신의 일을 하도록 신의 부름을 받는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서구 사회와는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배경이 다르므로 서구인들의 직업소명설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는 아직 자본주의가 발달 단계에 있음으로 구조적.제도적으로 자본주의 윤리 체계가 완성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직업에 대한 차별 의식이 많이 남아 있는 것은 실질적으로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의 임금이 적어 직업간의 임금의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차별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서구 사회는 임금의 차이가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누구나 노동의 댓가를 충분히 받는다.

우리 사회처럼 힘든 일을 하면서도, 임금이 적어도 자신의 직업에 긍지를 느끼는 직업 소명의식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올바른 직업 윤리를 성립시키는 근본 원리는 무엇인가? 직업 윤리의 근본 원리는 우리가 제각기 자기의 능력에 따라 맡은 바 직분을 성실하게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직업인은 그 나름대로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으므로, 사람들은 소명 의식과 사명감 및 긍지를 가지고 자기의 직업에 임해야 할 것이다."(75쪽) 이와 같이 직업에 대한 소명 의식이 3차례나 반복되어 강조한 것은 매우 역겨운 일이다.

중학교 도덕 교과서(1권, 1995년 초판 발행), 중단원 2. 현대 사회와 시민윤리, 가운데 소단원 (1)시민사회와 도덕 160쪽-161쪽에도 마찬가지이다. "신학자 칼뱅은 종교적인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근검, 절약과 기업 정신' 등을 강조하여 시민사회를 이룩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신의 은총의 여부는 `근검, 절약과 기업정신' 등과 같은 올바른 수단을 통해서 많은 재산을 얻게 될 때에 확인될 수 있다."

1979년에 발행 국민윤리 교과서에부터 `직업과 윤리'(중단원)이 나온다. 192년에 초판 발행된 국민윤리 교과서에서도 `직장과 직업 윤리'(소단원)이 나오나, 전혀 서구적인 직업윤리를 강조하는 내용은 없다.

1990년에 초판 발행된 국민윤리(서울대학교 국민윤리 1종 도서 연구개발위원회:편찬자)부터 현행 윤리 교과서와 같은 단원과 내용으로 서구의 직장.직업 윤리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3)하나님과 하느님, 불타와 석가모니의 호칭 문제

1996년에 발행한 현행 윤리 교과서에서부터 크리스트교에서 사용하는 `여호와'를 `하나님'에서 `하느님'으로 바꿔 표기하고 있다. `하나님'은 유신신의 의미가 있고, `하느님'은 우리 전통신앙에서 부르는 `하늘님'에서 온 용어인데 1995년 교과서에서까지 사용해 왔던 `하나님'을 `하느님'이라고 일제히 정정하여 표기한 것이다.

반면에 교과서에 나타난 불교 용어는 혼란스럽고 적절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현행 윤리교과서 191쪽에 보면 "불교 사상은 고대 인도에서 불타가 창시한 가르침이다."라고 되어 있고, 1995년 이전에 발행한 국민 윤리 교과서에서는 "사상제란, 석가모니가 깨달은 `네 가지의 성스러운 진리'이다."(50쪽)

불타는 `진리를 깨달은 분'이란 뜻을 가진 보통명사이며, 석가모니는 불교 교단의 창시자로 진리를 깨달아 불타의 지위에 오른 고유(인칭)대명사이다. 따라서 `불교사상은 인도에서 석가모니가 창시한 가르침이다'라고 해야더 적절한 것이다.

현행 윤리교과서 233쪽에 보면 `단군의 건국 신화'가 `단군의 건국 이야기'로 표기되어 있다. 이야기나 설화는 재미있고 흥미있게 꾸며낸 것임에 반해 신화는 단순히 이야기나 설화보다는 격조가 다르다. 신화는 우주의 기원, 민족의 태고 때 역사 등 고대인의 사유나 표상이 반영된 신성한 이야기로 종교나 사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일제시대 때 민족말살정책으로 국조 단군의 신화를 설화로 전락시켰다.

또 241쪽에는 "팔관회와 같은 도교의 행사를 큰 규모로 거행하였다."라고하였다.
팔관회는 고려 때의 불교의식으로 불교의 여덟가지 계율을 지키는 팔관재 일에서 비롯된 행사이다.


김형중 교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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