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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과 자연 12 - 양평 용문산 용문사 [끝]

기자명 남배현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금낭화-애기똥풀 지천인 들꽃 바다

산 이곳 저곳에 제멋대로 흐드러진 야생화. 봄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변하는 요즈음의 양평 용문산과 용문사(주지 준원 스님)는 초록과 녹색으로 수놓은 한 폭의 수채화에 견줄만하다. 산 초입에서부터 1157m의 정상부까지 굴참과 졸참, 천년 송(松), 산수유, 군데군데 보이는 서어 나무 따위는 진한 초록이나 옅은 녹색, 검 푸르스름한 밤색 등의 옷으로 갈아 입은 지 오래다.

백두대간 한성중부 지역의 작은 맥에 해당하는 용문산의 참다운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을까. 649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용문사를 다녀 간 불자라면 대개 “천연기념물 30호 용문사 은행나무의 웅장함”이나 “용문산을 보기좋게 가르는 940m의 백운봉과 그 옆에 솟대 바위처럼 솟은 중원산의 산세”라고 말할 것이다. 예로부터 ‘경기의 금강’이라고 불릴 만큼 산세가 빼어난 용문산이기에 이같이 대답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 싶다. 그러나 이것만이 이 산의 참 아름다움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천년 노송과 참나무 등이 거대한 군락을 이루며 산을 뒤덮고 있지만 대목(大木) 사이 사이에는 작은 야생화와 토종 식생들이 쉴새없이 ‘다툼’을 벌인다.

애기똥풀이나 금낭화, 큰앵초, 현호색, 큰애기나리, 점나도나물, 은대난초 등 봄 꽃들은 노랗고 붉은 꽃을 한 껏 뽐내고 있고 금불초와 매미꽃, 큰물레나물, 나도옥잠화 등 60여 종의 여름 야생화들은 꽃 망울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 녹색연합 허욱 간사는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인 이곳에서 노송과 참나무, 개옻, 산초 등의 천연림이 잘 자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대목에게 양분을 공급해주는 다양한 종류의 초본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용문산 식생의 가장 낮은 지대에 자라고 있는 작은 야생화와 토종 식생들은 용문사 대웅전에서 기도하다 고개를 들어 잠깐 산 쪽을 바라보면 눈에 띌 만큼 그 종류도, 양도 풍부하다. 용문산과 용문사가 간직하고 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일 것이다.

용문사 주지 준원 스님은 “옛 스님들은 이 곳에서 수행도 했지만 나무 지키기에 바빴다. 마을에서 뗄 감을 구하기 위해 올라온 나무꾼들의 나무 채취에 맞서 조선 송과 참나무 등을 보호하는데 많은 힘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이어 준원 스님은 “언론에서 이 산에 희귀 야생화들이 많이 자란다고 하면 사람들이 캐 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며 “산 어디에 야생화가 자란다는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을 내놓는다.

용문산 제일 봉이 자신이라는 듯 서 있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높이 62m의 큰 키를 자랑한다. 용문사 대웅전 바로 아래에 위치한 은행나무는 1100년 된 것으로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놓은 것이 지금의 은행나무로 자랐다”는 설화가 전해내려 온다.

양평 용문산과 용문사의 ‘얼굴’이 될 만큼 유명해진 은행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양평군은 벼락 유도용 피뢰 쇠기둥을 80년대 중반 은행나무로부터 30여 m 떨어진 곳에 설치했다. 준원 스님은 “1000여 년 이상 별 이상없이 자란 은행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하긴 했지만 너무 커서(피뢰 쇠기둥 높이 70여 m) 자연스런 용문산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철거 희망 의사를 밝힌다. 이에 녹색연합 허욱 간사는 “정확한 조사를 거쳐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벼락 유도용 피뢰 쇠기둥이 은행나무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자연 생태를 거스르는 조형물이기는 하지만 보존 가치가 높은 은행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사진 =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도움말 = 녹색연합 허욱 간사>

■이번호로 ‘사찰과 자연’ 연재를 마칩니다. 성원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후속으로 ‘생태적 삶을 찾아서’를 연재합니다.

■용문산의 생태적 가치

“용문산의 식생은 녹지 정도를 일러주는 녹지도 6∼7등급의 천연림으로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입니다.”
녹색연합 허욱 간사는 “이 지역에 서어, 굴참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을 경우 지리산이나 양산 천성산 등과 같이 녹지자연도(녹지도) 8등급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식생 종류가 많다”고 지적한다.
현재 생태 환경을 관찰했을 때 별다른 오염원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는 천연림이라는 것. 용문사 옆으로 흐르는 계곡은 7∼10ppm이 넘는 1급 청정수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허욱 간사는 “용문사 주위 군데군데 건강하지 못하거나 죽어가는 소나무의 경우 영양분 공급을 위한 수관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녹지자연도란? 일등급에서 10등급으로 숲을 분류하는 기준. 지리산이나 설악산은 8등급 정도의 녹지자연도를 자랑하며 백두산 고층지대의 녹지자연도는 10등급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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