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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을 배우는 사람들

“심심한 맛이지만 心身 건강하게 해줘요”

사찰음식이 인기이다. 불자들에게는 언제나 인기였다고, 새삼스럽게 왜 그러냐고 하지 마시라. 불자들을 넘어서 일반인들에게도 지금,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단 이야기이다.

지난해 두 분의 스님이 사찰음식 관련 책을 출간했다.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적문 스님이 6월 초 《전통사찰음식》(우리출판사)을 펴냈고 본지에 사찰음식 소개 코너를 연재한 데 이어 불교TV에서 ‘선재 스님의 푸른 맛 푸른 요리’를 진행했던 선재 스님(여주 보리사)이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디자인하우스)을 12월 초 발간했다.

적문 스님의 책은 지난 6개월간 1만 부가 나갔으며 선재 스님의 책도 불과 한달 만에 1만 7000부를 찍었다. 출판사측은 “요즘에도 매일 수백 권의 주문이 밀려들어서 책을 찍어내기에 바쁘다”며 오랜만의 ‘대박’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선재 스님의 책은 지난 한달 동안 전국 주요 서점의 비소설 부문 베스트 1위를 차지했다. 요리 관련 서적으로는 정말 드물게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사찰음식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열기는 사찰음식 관련 강연이나 전시장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떤 강연과 전시회든 일단 열리면 사람이 몰린다. 애초에 요리에 관심이 있어 오는 이들도 많지만 대개는 평범한 주부들이다. 아니,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남다른 의지를 갖고 있는 범상치 않는 주부들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사찰음식은 선재 스님의 말마따나 ‘맛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다. 자연에서 얻는 모든 재료의 독 성분은 제거하고 약이 되는 성분은 더욱 잘 드러나게 하여 결국 수행자가 깨달음을 얻는데 도움이 되도록 초점이 맞추어진 채 발전 해온 것이 바로 사찰음식이다.

그런데 수행자도 아닌 여염집 여인네들이 사찰음식에 주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사찰음식이 지닌 ‘효능’ 때문이다. 몸이 병을 만나면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길러주고 몸과 마음을 맑게 유지시켜주는 음식. 이 얼마나 매력적인가.

지난 10일, 월간 ‘행복이 가득한 집’ 주최로 열린 ‘선재 스님의 사찰음식’강연회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주부들이 강연장을 빼곡히 메우고 있었다. 30대부터 60대 까지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이 두 시간여 동안 시간가는 것도 잊은 채 강연에 몰두했다. 그중에는 한의원을 개원한 부부도 있고 강남의 손꼽히는 고급요리학원 운영자도 있었지만 강연과 시식이 이어지는 동안에는 내남없이 부지런히 받아 적고 손을 번쩍 번쩍 들고서 질문을 퍼부었다.

경기도 덕소에서 이웃과 함께 아침나절에 출발했다는 한혜등 불자는 “절에 가야 가끔 만날 수 있었던 사찰음식을 내 손으로 직접 요리해서 가족들도 즐기게 하고 싶었고 나빠진 건강도 회복할 겸하여 사찰음식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말했다.

사찰음식에 대한 이와 같은 열기는 의학계에도 이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고려대학 부설 생명공학연구팀은 지난해부터 사찰음식의 주요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음식은 치매, 관절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불교계에서 사찰음식을 정기적으로 가르치고 있는 곳은 단 두 곳 뿐이다. 전국의 사찰과 불교학교에서 아주 가끔, 한시적으로 특강이 열리고 있기는 하지만 강의를 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 매우 희소하여(옆 상자 기사, 유옥선씨 인터뷰 참조) 대규모의 정기강좌는 당분간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추세라면 도심 곳곳에 사찰음식 전문점이 자리를 잡고 들어서는 것도 그리 먼 일은 아닐 것이다.


글 김민경 기자, 사진 황도 기자
mkklm@beopbo.com



유 옥 선
금란요리학원
원장

“깔끔한 전통의 맛에 기품이”
중년의 따스함을 지닌 유옥선 씨는 20년째 요리를 연구하고 있는 이다. 4년 전 자신의 요리학원을 개원하고 지금은 후배를 길러내기에 여념이 없지만 그런 바쁜 와중에도 지난 2년여 동안 꾸준히 선재 스님에게 사찰음식을 전수 받고 있다.

황혜성 선생에게 오랫동안 궁중음식을 배웠으며 우연히 어느 행사장에서 선재 스님을 만난 후 도반들과 삼고초려 한 끝에 스님의 절에 드나들며 사찰음식을 배우고 있다. 유 씨는 사찰음식의 매력으로 깔끔함과 전통미를 든다. 채소만 쓰며 양념을 극도로 절제하여 만든 음식이라서 현대인들의 입맛에는 다소 거리가 있겠지만 백 퍼센트 천연재료로 낸 맛은 일단 한번 그 세계를 알게 되면 벗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기품을 지녔다는 설명이다.

수행자들이 깨달음을 얻는 한 방편으로 발전시켜온 음식이므로 맛으로 대중성을 획득하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대중들이 접할 기회가 차츰 늘어감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에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궁중요리 만큼이나 높은 명성과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단다. 그래서 자신의 요리학원(금란요리학원 02)439-6100) 가정요리반 수업시간에 스님으로부터 배운 사찰음식을 자랑스럽게 전수하고 있는데 수강생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그러나 요리를 연구하는 그녀가 보기에 사찰음식은 스님만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고 한다. 사찰음식의 역사와 그 속에 담긴 정신은 수행자라야 내밀하게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인데 그녀의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이 미 경
월간 ‘쿠켄’
연구소장

“남편이 날씬해졌어요”
선재 스님에게 2년째 사찰요리를 배우고 있는 이미경 씨는 요리전문잡지 '쿠켄' 부설 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는 한편으로 동양매직 퇴계로 요리교실 원장을 맡고 있는 요리 전문인이다.

그녀가 선재 스님을 처음 만나 것은 미혼 시절 수원의 한 사찰에서였다. 청년회 활동 중에 스님을 만나서 오랜 기간 스님을 도우며 지내다가 어느덧 요리연구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런 그녀가 스님으로부터 사찰음식을 배우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은 온전히 남편 때문이라고 했다.

불자인 그녀의 남편은 채식주의자이다. 불교를 공부하며 집에서는 전혀 육식을 하지 않으려는 남편에게 스님으로부터 배워 온 사찰음식은 늘 큰 도움이 되었다.무엇보다도 남편의 건강이 아주 좋아졌다. 늘 충혈 되어 있던 눈빛이 맑아지고얼굴의 혈색도 매우 좋아졌다. 또 사찰음식을 애용하고서부터 저절로 살이 빠지더니 지금은 무려 10 Kg이 감량되었다.

그녀에게도 변화가 많았다. 우선은 모든 음식 재료가 지닌 섬세한 맛을 보다 잘 느끼게 되었다. 인공조미료에 길들여졌던 입맛이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다. 지금은 가능한 한 외식을 삼간다. 스님들처럼 화학적인 맛에 점점 더 예민해졌기 때문이다. 또 일반인들을 상대로 강의 할 때 야채가 지닌 본래의 맛과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고 다루는 법을 더욱 자세히 알려 줄 수 있게 되었다.

사찰음식은 맛으로 먹는 것이 아니라지만 강한 향신료에 길들여졌던 입맛이 변하는 데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단다. 이미경 씨의 경우는 그 기간이 1년 가까이 되었다.


김민경 기자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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