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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제전선사[21]제19화 대비루의 마장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이제 대비루의 상량도 끝나고 지붕에 개와를 덮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어느 날, 영은사에 진승상의 관아로 부터 네사람의 집사와 하인 20명이 들이닥쳤다. 그 까닭은 이러했다 .

진승상은 원인 모를 불로 타버린 각천루의 복원을 위해서 집사들을 재목점에 보내서 나무를 구해 오도록 하였다. 그러나 집사들이 고을 안팎의 재목점 10여 곳을 찾아갔으나 모두가 나무를 영은사 대비루 중건에 시주하고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보고받은 진승상 "영은사의 대비루를 중건하는데 목재가 무한정으로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안, 진순, 진지, 진명, 너희들 넷이 영은사에 가서 나무를 빌려달라고 해라. 내년에 황제로 부터 재목을 하사 받아서 갚겠다고 해라"하였다. 그리고 다시 다짐하기를 "영은사의 스님이 빌려주면 그것은 그 스님의 인정이다. 만약 빌려주지 않아도 그것은 그 스님의 직분이다. 이내 돌아오도록 해라. 꿈에도 권세를 믿고 강요해서는 안된다. 알았느냐"하였다.

명을 받은 네 사람은 진승상의 방을 나오자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한다. 먼저 진순이 말했다. "한 푼도 생기지 않는 이 따위 심부름을 반드시 해야 하나" 진안 "어이, 짝패, 그런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말게. 이 일은 한 사람에게 2천량의 수입이 있는 것을 모르누만." 진순 "무어라, 가난에 찌들어서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구나. 영은사 주지가 빌려주면 인부를 시켜서 실어오면 그만이고 빌려주지 않으면 승상에게 그대로 보고하면 그만인 것을, 어디서 돈이 생긴다고 하는가"
진안 "그렇게 생각하니 될 일도 안되지. 누가 빌린다고 하는가. 승상의 명령이니 대비루를 허물어서 각천루 복원에 써야 한다고 하는게라. 영은사 주지는 허물자고 하지는 않을게 아닌가. 어떤 돈이 되었든 우리에게 5천량 정도는 쥐어주겠지. 그런 다음에 나무를 빌려달라고 하는게라. 빌려주면 승상에게는 영은사 주지에게서 돈을 주고 샀다고 해서 기천량을 받아서 넷이서 나누는게라. 어떤가, 짝패."

이의없이 네 사람은 합의하고 위풍당당, 영은사에 도착했다. 승상부의 집사 네 사람과 그 하인들이 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감사, 한 달음에 뛰어와 정중히 맞는다. 감사 "집사님들, 오늘은 어인 일이십니까. 유람을 나오셨습니까."

진안 "유람을 할만큼 한가하지가 않소이다. 진승상 어른의 명을 받고 왔소이다. 대비루를 허물어서 그 재목으로 승상댁의 각천루 복원에 사용하랍시는 명령이오."

감사, 나무아미타불을 외우고서 "이번 대비루 중건불사는 저희들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여러 고관과 장자와 선남선녀들이 도와주셔서 겨우 상량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준공을 앞두고 허문다고 하면 어느 세월에 다시 중건을 할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집사님들께서 승상 어른께 잘 말씀을 드려 주십시오"하였다.

그 때, 대답하려는 진안을 가로막은 진순이 "승상 어른의 명령은 성인의 말씀보다 훌륭하면 훌륭했지 조금도 모자라지 않소이다. 결코 거슬려서는 안되지오"한다.

말주변이 없는 사람의 한 마디는 조금도 여유가 없다. 그것을 깨달은 진안, 마음속으로 "돌아가서 승상 어른께 보고를 하겠지만 승상께서 허락하신다 해서 기뻐할 일도 아니고 허락하지 않으신다 해서 불만을 갖지는 말라고 하면될 것을. 그리고 돈을 바치면 승상께서 허락하실 것이고 돈이 없으면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 될 것을 독을 깨버리다니…"라고 생각하는데

감사 "아무래도 허물어야 한다면 주지스님께 말씀을 드리고 오겠습니다" 진순 "주지에게 보고하든 안하든 허무는 것은 기정 사실이오" 감사, 뛰어가 주지스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주지스님은 "감사, 나는 이제 늙었다. 대비루의 중건불사는 도제가 시주를 모아서 이루어진 것이니 도제와 잘 상의해서 처리하는 것이 좋겠다"고 한다. 감사 "도제는 공사가 시작하기 전에 이미 절을 나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주지 "산문에 나가서 도제가 돌아오는지 기다려라"
감사가 주지스님의 말씀을 듣고 산문을 향해 허둥지둥 가는데 집사들이 인부들에게 명령을 하고 있었다.

"너희들, 잘 들어야 한다. 승상 어른의 엄명이시다. 대비루를 허물어서 그 재목으로 승상댁의 각천루를 복원할 것이니 지금 당장 허물어라. 듣지 않는자는 관아에 끌어다 죄를 다스릴 것이다" 명령일하에 인부들이 대비루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는 감사, 약자의 슬픔을 삼키며 망연자실한중에도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어찌 되었건, 성질 사나운 도제가 없어서 다행이다. 도제가 절에 있었다면 또 다른 어떤 변고가 생길지 알 수 없는 일 아닌가"하는데, 정작 그 장본인인 제전선사가 휘적휘적 산문을 들어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을 본 감사, 쫓아가서 제전선사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사제, 잘 돌아왔네. 지금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재난이 닥쳤네"한다.

제전선사, 대비루가 눈앞에서 해체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모르는척 시침을 떼고 "사형님, 재난이라니요? 염려마십시오. 이 제전에게 맡기십시오"한다.


글: 박경훈 그림: 장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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