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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탑형식 영탑 조상은 훼불 행위

기자명 소재구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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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사찰에서 일반 재가불자들을 위해 ‘영탑’을 조성하고 있다.
불탑을 본뜬 것부터 옛 선사들의 부도를 모방한 것까지 모양도 다양하다. 매년 여의도 3배 면적이 묘지로 없어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사찰의 영탑 조성은 정부의 화장제도 장려와 맞물려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또 부처님 성전에 유골을 모실 수 있다는 점에서 재가불자들에게 적지 않은 기쁨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찰에 조성되고 있는 ‘영탑’은 불교의 근본 전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으로 탑은 부처님의 사리를, 부도는 깨달음을 얻었던 조사 스님들의 사리를 모셨던 곳이다. 탑을 ‘불탑’, 부도를 ‘승탑’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따라서 탑과 부도는 부처님과 조사 스님들의 성스러운 유골을 모신 ‘성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성보에 재가불자들이 부모·형제의 유골을 모시겠다고 나서고 일부 스님들이 이를 조장하는 것은 종교적 신념이나 역사적인 전통에 비춰봐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불탑이나 부도를 오늘날 영탑으로 오용할 만큼 불교적 전통이 훼손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조선시대의 무분별한 부도 조성을 지적하고 싶다. 신라·고려시대에는 부도도 신성한 탑의 일종인 만큼 왕의 재가를 받아 건립했으며 대상도 왕사·국사처럼 나라의 스승으로 추앙 받았던 위대한 고승으로 한정돼 있었다. 그러나 조선시대 불교가 탄압을 받게되면서 부도 조성에 대한 일정한 원칙이 사라지게 됐으며 나중에는 사세가 큰절이나 재력 있는 재가불자들이 무분별하게 스님의 부도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미 이때부터 불탑이나 부도조성에 대한 종교적인 기준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런 전통에 대한 해이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불탑이나 부도를 영탑으로 오용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탑을 조성하기 전에 미리 기준과 표본 모델을 제시해야할 불교 종단과 문화재 전문가들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영탑을 조성하기 전에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통한 여론 수렴의 과정을 거쳤더라면 영탑을 둘러싼 이런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점에서 〈법보신문〉의 영탑 관련 보도 이후 늦게 나마 불탑이나 부도를 훼손하지 않는 새로운 형식의 영탑 모델이 제시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불교 종단과 문화재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지혜를 모은다면 ‘영탑’에 대한 기준과 모델은 쉽게 도출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새로운 영탑에 대한 모델은 옛 것을 모방한 것이 아닌 앞으로 후손에게 문화로 남겨줄 수 있는 새로운 것이 되어야 한다. 옛 스님들이 32상 80종호라는 불상 조성의 기준을 만들어 냈듯이 우리도 영탑 조성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소재구/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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