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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맥을 잇는다-법주사 혜남 스님 전강식

기자명 심정섭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영취산 佛法이 속리산으로 달려갔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어느날 영산회상에서 대중들을 향해 연꽃을 들어보이셨습니다. 이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대중이 부처님이 든 연꽃 한송이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을 때, 한켠에 앉아 있던 제자 마하가섭 만큼은 그 뜻을 알아 듣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고 합니다.”

지난 12일 속리산 법주사 대웅보전. 이날 부처님의 ‘염화미소’를 전강법어 첫 머리에 올린 남주혜남(南洲慧南) 법주사 강주스님은 자신의 제자 철운(撤雲)·지우(智雨) 스님에게 법을 전하는 전강식을 가졌다.
전강식에 앞서 12시 30분 법주사 대웅보전에서는 혜남-철운-지우 세 스님이 강맥을 전하고 받는 의식을 갖기에 앞서 역대 강백과 조사들에게 이날의 전강을 고(告)하는 헌공의식이 진행됐다. 경건한 마음과 자세로 향을 사르고 차(茶)를 올린 철운·지우 전강제자는 헌공의식 내내 스승의 좌우에서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 법을 이어받는 의미를 되새겼다.

헌공·헌다의식이 끝나고 부처님 전에 꽃을 올리며 영취산의 ‘염화미소’를 상기한 두 전강제자는 삼배의 예로 스승에게 법을 청했다. 해인사·송광사·화엄사·동화사·동학사·은해사 등 전국 강원 강사 및 학인들과 중앙승가대 불전국역연구원 회원 등 전국에서 법주사를 찾은 2백여 사부대중 앞에서 전강제자로서의 예를 갖춘 두 제자는 스승을 법상으로 모셨다.

법상에 오른 스승은 제자들을 향해 “부처님께서는 마음(禪)과 말씀(敎)으로 당신께서 깨달으신 바를 대중에게 설하시고 제자들에게 전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법은 인도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이어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고 “조선말기 화엄종주 석전정호(石顚鼎鎬) 대강백의 법을 이어받은 운기성원(雲起性元) 스님께서 전해 준 법맥을 이제 철운·지우 두 스님에게 전합니다”라며 전법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스승은 이어 제자들에게 그 증표로 밀봉한 불조원류(강맥이 이어진 경로)와 화엄경을 전했다. 특히 백파스님의 문하생 영호스님이 친필로 작성해 ‘가전(家傳)’의 보배로 전해지는 책자 ‘사산비명’의 사본이 전해질 때, 제자들은 배전의 노력을 다짐했고 대중은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삼배의 예로 법을 청하고 스승의 법맥을 만인 앞에서 이어받은 두 전강제자는 전강의 증표를 받고 법상의 스승에게 삼배로써 다시한번 예를 표하고 “지금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부처님 집에서 옷을 입고 말과 행동을 배우고 따르는 일에 게으르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전강은 예로부터 전강스승에겐 퇴실해 뒷방으로 물러앉음을, 전강받은 제자에게는 강주가 되어 그 자리에서 험준한 산령을 넘어가는 고행의 길을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법주사 율주 혜정 스님은 이제 막 험준한 산령을 넘을때까지 정진하라는 영을 부여받은 두 제자에게 “교학이 뒤떨어진 한국불교의 환경을 각고의 노력으로 극복하고 대강백이 되어 한국불교발전에 이바지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전강식에서는 역대 전강식에서 볼 수 없었던 전강게가 처음으로 선보였다. 남주혜남 스님은 철운 제자에게는 향산(香山) 이라는 법호를, 지우 제자에게는 자산(慈山) 이라는 법호를 법호게송과 함께 각각 내리고 화엄경 경구를 전강게로 전했다. 다음은 전강게.

臂如暗中寶(비여암중보)
無燈不可見(무등불가견)
佛法無人說(불법무인설)
雖慧莫能了(수혜막능요)
비유하건대 어둠가운데에 있는 보물을
등불이 없으면 보지 못하는 것과 같이
부처님 가르침을 설할 사람이 없다면
부처님의 지혜를 누가 능히 요달하리요

<법주사=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석전정호 스님 맥 잇는 전강 주역들
지난 12일 전강식을 가진 남주혜남 스님은 63년 출가한 이후 67년 월하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70년 범어사 전문강원을 졸업, 같은해에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비구계 수지후 전국선원에서 안거를 성만하고 77년 해남 대흥사에서 석전정호(박한영) 스님의 강맥을 이은 운기성원 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았다. 스님은 81년부터 일본에서 학부와 석·박사과정을 수학하고 91년 귀국해 해인사 강주를 맡아 후학 양성을 시작한 이래 동국대 강사, 중앙승가대 교수, 승가대 불전국역연구원장, 법주사 강주를 역임하고 있다.

향산이라는 법호를 받은 철운스님은 75년 삼화사 성암스님을 은사로 득도해 78년 월정사에서 탄허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85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스님은 89년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92년 해인사 승가대를 졸업했으며 95년 미얀마 수행을 거쳐 96년 해인사 사집 중강, 98년 해인사 사교 강사를 지내고 98년 동안거 때부터 법주사 사교과 강사로 있다.

법호를 자산으로 받은 지우스님은 87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수지하고 90년에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스님은 92년 해인사 강원을 졸업하고 93년에 송광사 율원을 졸업했다. 93년부터 99년까지 송광사에서 치문반 중강·사집반 중강·사교반 강사 및 학감을 역임하고 2000년부터 해인사 사교과 강사로 있다.

■전강식(傳講式)?
전강식은 교계에서도 그 과정을 지켜 볼 기회가 드믄 의식이다. 전강이라 함은 말 그대로 강맥(講脈)을 전한다는 뜻으로 법맥을 전하고 전해받는 의식을 이르는 말이다. 예전에는 전강식을 치른 스승은 퇴실해 현직에서 물러나고 전강제자가 강주자리를 이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전강제자가 완숙한 강주의 자리에 서야 할 때라는 의미 보다는 스스로 공부하고 익히며 불법을 따를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것을 인정하는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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