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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바이의 창-'뱁새의 교훈'

기자명 김경숙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언젠가부터 집에 뻐꾸기 시계 하나쯤 걸어두는 것이 유행인듯한 때가 있었다. 정말 흡사하게 "뻐꾹"하고 우는지 웃는지 아무튼 신기해한 적도 있었는데 이번에 모 방송국 창사 특집극으로 뻐꾸기의 한살이를 관찰한 것을 방영했었는데 가슴 뭉클했었다.

뻐꾸기 부모의 자식기르기가 여느 인간이나 동물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른데 한번 놀랐고 그것보다 이제 막 알에서 깨어난 온통 머리만 큼지막하고 온몸이 빨간 그 괴물같은 뻐꾸기 새끼가 벌이는 행동이야말로 어떤 법사님의 법문 한구절보다도 가슴을 찡하게 만들고 말았다. 아무리 본능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그럴수가 있는지… 처음부터 뻐꾸기 어미가 떨어뜨려준 둥우리 즉, 그곳은 뱁새부부가 알을 품으며 정답게 살고 있던 뱁새 둥우리 였는데, 느닷없이 뻐꾸기란 놈이 자기알을 남의 집에 넣어놓고는 뱁새들이 자기 새끼마냥 키워주기 바라며 "뻐꾹, 뻐꾹"하고 놀고만 있는걸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무엇보다도 뻐꾸기 새끼의 처절한 자기영역만들기, 말하자면 이왕에 있던 뱁새알을 밖으로 한사코 밀쳐내 버리는 장면이었는데 차마 눈뜨고는 못볼 참혹한 그 장면이야말로 부처님의 법문이 아니었을까. 남의 새끼인줄도 모르고 자기 머리보다 큰 입에 부지런히 먹이를 갖다 먹이는 뱁새의 멍청함과 자식생각이 일념인 기특함이 마치 눈앞의 이익에 매달려서 각박하게 살아가는 우리 중생들의 어리석은 모습을 보는것같아 그 또한 나의 눈에
는 법문으로 보여짐을 어쩔수 없었다.

화엄사상을 강의하시는 어느교수님은 말씀하셨다. "우주 만물어느것 하나가 우리에게 법문하지 않는것이 없다"고.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곧 법문이라 생각할때 거기가 곧 부처님의 법이 있는곳 일것이다. 순간의 이익과 즐거움에 눈이 어두워 선량한 사람을 속이고 정신마저 혼돈케하며, 오히려 비열할 방법으로 본심을 감추고 아닌듯이 살아가는 인간들이, 뻐꾸기의 양심과 무엇이 다를바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김경숙 <경기도 안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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