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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으로 보는 책 - 『108일 법문』 종상 스님 엮음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코 만지기보다 쉬운 것이 교리라는데…


70년대 초반, 남태령 고개에 올라서면 과천들이 한 눈에 보이고 왼쪽으로 청계산이 오른쪽으로 관악산이 가깝게 다가선다. 풍수고 뭐고 아무 것도 모르는 나에게도 그곳이 한 눈에 길지로 보였다. 당시 등산 붐이 일 때라 과천에서 청계산을 넘어 가는 길은 높지도 길지도 않으면서 육산이라 발아래 폭신한 감촉은 등산 초행길인 나에겐 그저 그만이었다. 청계산골 의왕쪽으로 넘으니 산 중턱에 가을 햇볕에 졸고 있는 절이 보였다. 바로 청계사. 정말 안기고 싶은 아늑한 절이다.

언젠가는 이 절에서 하루를 보내야지 마음을 먹었는데 30년이란 세월이 흘러버렸다. 꿈을 꾸면 이룬다더니 우담바라 얘기로 화제가 된 지난 해 그믐 날 가족과 함께 청계사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인연을 맺게 되었다. 108일 무차정진 법회중이라 예불과 독경이 하루 내내 끊이지 않아 우담바라가 핀 청계사는 신도가 아니더라도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

다시 지난 사월 초파일 하루를 청계사에서 보내면서 한국 불교의 큰 꿈틀거림이 5월의 신록처럼 아름답게 가슴에 전해졌다. 그 때 종상 주지 스님으로부터 우담바라 법회의 좬108일 법문좭을 모은 책을 받았다. 정식으로 교리 공부를 한 바도 없고 체계적으로 법문을 들은 기회도 없었던 나를 위해 쓴 것 같은 좋은 책이었다. 지금은 내 마음이 편안해지니까 꼭 절에서가 아니더라도 새벽 산책길이나 주말 등산을 하면서 반야심경 정도는 혼자 소리를 내어 염송을 한다. 그러면서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고 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게 불교로구나 하고 내 부족을 채찍질한다. 하긴 여기 저기서 주워 들은 것으로 불교의 깊은 진리를 안다는 것 자체가 욕심이 아니겠는가? 지금도 그 때 종상 스님이 주신 [108일 법문]을 가까이 두고 틈날 때마다 읽고 또 읽는다. 현재 각 종찰의 큰 스님 말씀을 이렇게 알기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을 것 같다. 청계산 주지이신 종상 스님의 말씀을 시작으로 총무원장이신 정대 스님, 불국사 주지이신 성타 스님, 동국학원 이사장이신 녹원스님, 봉선사의 월운 스님, 보광사 조실이신 혜정 스님, 중앙종회 의장이신 지하 스님, 용주사 주지이신 정락 스님 외에도 좋은 스님들의 법문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선 교리에 깊지 않은 우리의 눈 높이에 맞는 말씀이 많아 읽기도 쉽고 느끼는 점도 많다.

이 책을 읽으며 몇 년 전 김천 직지사에 들렀을 때 당시 총무를 맡고 계셨던 법전스님의 말씀이 문득 생각났다. 교리를 잘 모른다는 어리석은 나의 질문에, “불교 교리란 세수하다가 코 만지기보다 더 쉬운 거요. 선한 생각 많이 하고 선한 일 열심히 하며 살면 된다오. 그게 부처를 아는 길 아니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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