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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에서 ‘주일에는’이라니

기자명 김정찬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올 여름 휴가를 적멸보궁을 참배하며 보냈다. 적멸보궁 참배는 신심을 새롭게 다지며 지친 삶을 재충전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 소중한 체험을 엉망으로 만든 일이 있었다.
필자는 평소 운전을 하면서 모 방송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듣는 편이다. 그날(정확히 7월 30일이었다)도 무심코 이 프로그램을 들으면서 오대산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공영방송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내용을 듣게 됐다.

당시 남자 사회자는 젊은이들이 물질 만능주의에 물들어 이혼문제가 급증하고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며 “이 위대한 주일 오후에 하나님이 두렵지 않습니까. 젊은 양떼들이여”라는 멘트를 했다.
필자는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독교방송도 아니고 평화방송도 아닌 공영방송에서 이런 선교방송을 방불케 하는 이야기가 흘러 나올 수 있는가. 그 멘트를 듣고 필자는 길가에 차를 대놓고 한참 동안이나 분을 삭여야 했다.

그런데 더욱 통탄할 일은 이 남자 사회자가 종교 문제로 결혼 못하는 연인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종교가 없지만”이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종교가 없다고 해서 주일, 하나님, 양떼 등의 용어를 공영방송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종교가 없다면 각 종교간의 화합을 위해서라도 좀더 신중한 방송을 했어야 했다.

필자가 알기로는 이 정도의 멘트라면 방송심의위원회에게서 제재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느 의류 회사의 ‘주일에는…’하는 광고문도 제재 받는 현실에서 당연히 제재가 이루어져야 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이 방송이 제재를 받았다는 소식을 나는 듣지 못했다. 이번 일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불교계가 나서서 공영방송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방송에서의 종교편향을 막는 길이 될 것이다.


서울 마포구 김정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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