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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황종연-[불교경전의 수사학적 표현]

기자명 황종연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불교는 언어를 불신하는 종교로 알려져 있다. 언어가 진리를 있는 그대로 전하지 못한다는 생각, 진리의 체험을 오히려 저해한다는 생각은 불교에서 흔히 접하는 언어철학적 관념의 하나이다. 종교는 대개 진리가 언어를 초월한다고 역설하지만 불교는 특히 언어에 회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붓다 자신이 언어의 효용을 의심하는 발언을 적잖이 남겼다. 《능가경》의 한 구절에 의하면, 붇다는 정각을 이루고 열반에 들기까지 45년 동안 8만 4천으로통칭되는 수많은 법문을 남겼음에도 "나는 아무 것도 말한 바가 없다"고 자신의 언어를 스스로 부정했다.

그러나 한가지 대단한 역설은 그토록 언어에 회의적인 불교가 실은 다른 어느 종교와도 비교가 안되는 엄청난 노력으로 교리의 문자적 기록과 전파에치중했다는 점이다. 인도에서 이루어진 9분교-12분교의 경전 결집을 시작으로 줄곧 계속된 불경 편찬과 번역 사업, 그리고 수많은 불교도들이 지어낸방대한 논소들은 불교가 얼마나 언어와 문자에 크게 의존한 종교인가를 반증한다. 더욱이 불교 담론은 그 장구한 역사 속에서 언어가 종교적 소릉의 수단으로서 가지는 효과를 극히 풍부하게 개발시켜 놓았던 것이다.

따라서 불교의 언어적, 수사적 차원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일이다. 사상이 언어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지식과 수사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은 현대 언어철학의 상식에 속한다. 불교의 심오함이란 결국불교적 담론의 심오함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불교의 수사나 담론에관한 연구는 별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분야이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지모르나 그것은 흔히 `불전문학'이라는 이름으로 지금은 낡아버린 언어, 수사이론의 수준에서 불경의 문학성에 주목한 사례에 아직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이런 이유에서 《불교경전의 수사학적 표현》의 출간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저자 고영섭씨는 불경에서 수사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충분히 깨닫고, 붓다의 가르침을 전하는 수사법적 특징을 비유를 중심으로 밝혀내고 있다.

특히 구조언어학의 대가인 로만 야콥슨의 이론에 기초하여 붓다의 담론을 분석함으로써 불교적 수사에 착목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놓고 있다. 붓다의 설법이 비범한 설득의 기술을 담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저자는 그것을 정밀하게 확인케 해주고, 나아가 붓다의 지혜와 수사가 불가분의관계에 있음을 깨닫게 한다.

여러 시대의 불교 경전에 걸쳐 있는 풍부한 예증과 현대 언어학 및 수사학에서 빌려온 통찰을 발휘하여 전개되고 있는 저자의 논의는 붓다의 수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와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체 혹은 주어의 복원이라는붓다의 특징적 담론에 관한 규정이나 그밖에 불교적 수사를 두고 저자가 펼친 일련의 주장들은 불교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저자의 성과에 대하여 진지한 반응이 있기를 기대한다.


황종연/동국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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