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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조경기행[30]-외형적 무질서와 내재된 질서 봉미산 신륵사

기자명 홍광표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능침 사찰 특징 갖춘 명찰

신륵사는 뒤로 봉미산에 의지해 있으며, 앞으로는 여강을 바라보는 절벽 위에 입지한 절이다. 이 절이 역사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는 것은 고려 선불교의 중흥조인 왕사 나옹과 목은 이색이 이 절에 함께 머물렀고 또한 대장경이 봉안되는 고려 말부터이며, 세종대왕의 능인 영릉의 능침사찰로 중창되는 조선시대가 되면 이 절은 비로소 왕찰로서의 사격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말고도 신륵사는 뛰어난 주변경관으로 인하여 더욱 그 이름이 알려져 있는 절이다. 그것은 많은 문인들에 의하여 지어진 아름다운 시를 통해서 알 수가 있으니 진정 명찰은 명승으로 인하여 더욱 명성을 얻게 되는 모양이다.

기록을 보면 조선 성종 3년 신륵사가 세종대왕의 능찰로 일신되는 과정에서 신륵사에는 이백여 칸의 건물이 신축되었다고 한다. 미루어 짐작컨대 아마도 이때의 불사는 신륵사를 당시 한성지역에 조영되었던 능침사찰들의 전형적인 공간구성형식으로 바꾸기 위한 불사였던 것으로 보여진다. 그도 그럴 것이 능침사찰은 일반적인 사찰과는 공간의 구성이나 건물의 배치가 판이하게 달랐으니 신륵사를 능침사찰로 삼기 위해서는 기존의 신륵사에 특별한 장치를 덧붙이는 작업이 요구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지금의 신륵사에서는 능침사찰로 변화된 그 당시의 자취를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옛 자취가 희미해졌다고 하더라도 흔적은 남아있기 마련인 모양이다. 지금도 극락보전을 중심으로 하여 좌우에 배치된 심검당과 적묵당의 구성형식에서 과거 능침사찰이었을 당시의 신륵사가 어떠한 모습이었는지를 희미하게나마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신륵사의 공간구성은 과거 한성지역에 조영되었던 왕실의 능침사찰들에 비해서 변화된 정도가 상당히 심한 편이다.

그런데 구룡루를 극락보전 쪽으로 당겨서 지금의 계단 위쪽에 배치하게 되면 신륵사 역시 일반적인 능침사찰들의 공간구성형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바뀌게 됨을 알 수 있다. 즉, 구룡루의 입지를 극락보전 쪽으로 앞당기게 되면 진입과정에서의 시각적 폐쇄성이 확보될 수 있으며, 좌우의 요사채와의 상관성 또한 지켜질 수 있게 된다. 특히 극락보전 마당은 이 과정에서 그 형태가 자연스럽게 보정되어 횡축으로 장방형을 이루게 된다.

한편, 지금의 신륵사는 공간의 규모로 보아 진입부의 공간적 여유가 없어 진입부에서 나타나는 능침사찰의 특징인 행랑채를 달아내기가 쉽지 않은 입장이다. 그것 역시 구룡루의 위치를 바꾸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러한 사실을 입증해 줄 수 있는 자료가 되는 것이 바로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신륵사의 사진이다. 이 사진을 보면 구룡루에서 서쪽으로 지붕이 연이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을 보면 과거에는 구룡루 앞에도 서쪽과 동쪽으로 건물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사진에서 보이는 건물들이 바로 구룡루 앞에 있었던 삼문과 그것에 연결된 행랑채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신륵사는 현재에도 극락보전과 탑 그리고 구룡루의 배치가 중심축선상에 기하학적인 정확도를 유지하면서 배치되어 있다.

좌우의 요사채는 정확하게 대칭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중정에서의 공간적인 정형성을 유지하기에는 충분한 정도의 대칭적 배치를 보여준다. 이러한 몇 가지 사실들을 볼 때, 현재의 신륵사는 외형적으로는 비록 과거의 형식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으로 우리들 눈에 보여지고 있으나 그 내면에는 과거의 질서가 엄연히 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홍광표/동국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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