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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광장-가야산 관통은 민족정기 말살 행위

기자명 영배 스님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한 때 ‘골프장 건설’ 파동으로 여러 해에 걸쳐 몸살을 앓아온 가야산에 최근에는 가야산의 허리를 잘라 가야산을 관통하는 순환도로를 만든다는 소식이다. 수행과 공부에 전념해도 시간이 모자라는 현실에서 또다시 수행과 공부를 일시 접어 둔 채 도로 공사를 막기 위해 나서야 할 눈 푸른 납자와 학인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정부당국의 한심한 환경정책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해인사가 어떠한 곳인가. 오랜 역사적 전통이야 접어두더라도 근대 선의 중흥조이신 경허, 용성, 고암, 성철대선사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조계종 종정이신 혜암대선사가 주석하시며 수많은 눈푸른 납자들을 지도하고 배출하고 있는 한국불교의 정신적 지주처이다. 또한 미래세대에게 전해 주어야 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이 소장되어 있는 곳이며, 전국민들의 산 교육의 장이자 정신적 귀의처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온 곳이다.

정부당국은 아직도 해인사를 국민의 안식처이자, 문화유산이며, 수행공간으로 보지 아니하고 단지 경상남도와 합천군의 세수를 증대시킬 수 있는 관광지로서만 보는 70년대식 개발중심의 환경 인식을 21세기에도 변함없이 유지 강화하고 있다.

이 도로공사의 시행 목적 어디에도 해인사의 위치와 역할을 고려한 흔적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길이 없다. 단지 지역생활 불편 해소, 교통 체증 완화, 지역경제 발전 및 국토균형개발 만이 나열되어 있을 뿐이다.

경상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이 도로공사는 88고속도로를 가로질러 가야산 해인사로 들어왔다 나가는 노선이다. 특히 이 공사는 가야산 국립공원내에 터널을 뚫고 들어오는 일이어서 국립공원 구역을 파괴하는 일이 되며, 문화재(가야산 일원은 국가지정 문화재인 사적 및 명승 제5호임)와 생태계를 파괴함은 물론 해인사의 수행환경의 침해가 불보듯 뻔하다.

또 가야산 홍류동 계곡의 상류인 마장일대 10만평의 지역이 도로개설에 따른 개발로 인해 또 하나의 신부락이 들어서고 이로 인해 홍류동계곡의 수질은 더욱 오염될 것이며, 선풍의 요람이자 수많은 납자들의 수행처로서의 해인사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런데 환경부와 문화재청(문화관광부)은 도대체 무엇하는 곳인가? 경상남도가 환경영향평가와 국립공원 문화재구역 훼손에 따른 협의를 회피하기 위해 전체구간을 1, 2공구로 쪼개어 편법으로 진행하고 있는데도 이를 묵인 내지 동조하는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 스스로 환경훼손에 앞장서는 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이제 정부는 개발중심적이고 일관성없는 환경정책의 오류와 잘못을 참회하고 가야산을 관통하는 도로사업을 백지화하여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모든 불자들은 불교성지인 가야산 해인사를 지키고 보전하기 위하여 나서야 하며, 종단은 시민·환경단체들과 연대하여 범종단적으로 가야산을 관통하는 도로사업이 폐지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해인사는 이 도로사업 폐지의 주체가 되어 천년성지 해인사의 수행, 문화환경을 보전하고, 가야산의 자연·생활환경 보전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영배 스님/조계종 중앙종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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