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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바이의 창-우아한 30대!, 매혹적인 40대?

기자명 이경숙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병자년을 며칠 앞두고, 매년 정초에 단 한번의 연하장으로 그간의 안부를 대신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던 이유는 바뀐 주소도 알릴 겸 새해 인사를 유선으로 생색내어 보려는 간특한 꾀부림이었다.

"올해는 연하장 안 보낼낀데 문디 가시나 전화는 와 했노" 장난어린 대꾸에도, 40이 낼모레라는 둥 여태 뭘 했나 모르겠다는 등등의 너스레를 떨어댔다. "봐라, 내 만들어 본긴데, 우아한 30대 매혹적인 40대는 우떤노?"

서울로 유학 온 그녀는 대학생활에서의 경제적 형편이 비슷한 처지의 나와 다를 것 없어 늘 우리들의 만찬은 허기진 수다와 덜 익은 면발의 컵라면이 전부였고, 비오는 날의 병적인 수강 기피증으로도 매 학기 전액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는, 양호교생실습 첫날 교장선생님으로 부터 청바지를 입을수밖에 없었던 처지를 지적 당하고도 그녀는 웃기만 했었다.

졸업 후, 우리가 공유했던 무형의 그리움으로 인한 고질적인 목마름에서의 자유를 곧 얻으리라는 덕담을 남기고 덕유산 자락의 시골 초등학교 양호선생님이 된 미혼의 그녀가, 십년 가까이 일가를 일구고 살았으면서도 철철이 열병처럼 계절을 몸으로 앓는, 그래서 아직도 가슴에 그 무형의 그리움을 꿈처럼 안고 사는 내게 요구한 우아한 삼십대는 어떤 유형일까?

주섬주섬, 날마다 새로워지려는 노력의 편린들을 다시 담아야 할까 보다. 그리하여 주저없이 받아들인 40대가 매혹적 일 수 있도록.

그녀의 병자년 연하장은 이러했다. `어렵고 힘든 한해였다. 그나마 학교일로 얼굴 한번 볼 수 있어 그리움이 덜 했던 걸까. 다시 떠올리기 싫은 대학생활이 가끔씩 가슴을 스치는 것은 우리들의 우아한 30대가 있게 한 치열했던 삶의 흔적(scar)때문이겠지. 건강 하렴.

눈의 고장 설천에서 다정한 벗.


이경숙 <강남구 삼성동.태고종 원각사 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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