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불교산책도 결국은 불교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작업에 다름아닐 것이기에 이 주제를 한 항목으로 내세우는데 적지 않은망설임이 있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는 것도 왠지 서운하고 모양새도 아니라는 판단이 서, 앞으로 2, 3회에 걸쳐 불교의 특징적인 면을 개관해 볼 생각이다.
오늘은 우선 불교라는 말의 어원적 의미를 분석해 봄으로써 불교사상의 한 특징적 단면을 음미해 보고자한다. 불교라는 낱말의 어의는 말 그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부처님이란 부처에 존칭 접미사 님이 첨가되어 이루어진 말이다. 부처는 범어나 팔리어의 붓다(Buddha)에 대한 한역어인 불타(불타)가 우리나라에서 오랜 세월동안 민중과 고락을 함께 하면서 불타→부타→부텨→부쳐→부처의 과정을 통해 닦이고 다듬어진, 역사적 생명력을 갖는 단어이다.
다시 말해서 부처는 붓다에서 온 말이다. 붓다는 `깨닫다'는 의미의 범어budh에서 파생된 말로 각자, 즉 깨달은 사람의 뜻이다. 부처님은 특히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셨기 때문에 우리는 흔히 그 깨달음을 아뇩다라삼먁삼보리(무상정등정각, 최상의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라고 한다. 부처님은 근본적인 신이나 절대자나 초월자가 아닌, 깨달은 사람인 것이다.
이러한 깨달은 사람의 가르침은 결국 깨닫지 못한 사람들로 하여금 깨닫도록 하는데 그 본래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은 주어진 교조에 대하여 맹목적으로 신봉하려는 교조주의나 권위주의를 배척하며, 제자들 개개인의 인격과 자유를 존중하고 나아가 일체중생의 불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나만 믿고 따라 오너라'고 하지 않고 항상 `내 말을 잘 듣고 잘 생각하라'고 가르친다. 중아함에서는 `나의 제자들은 심지어 여래라 하더라도 무조건 믿지 말고, 여래가 참으로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했는지 못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고 까지 설하고 계신다. 무한히 열려 있으면서도 깨달음의 확신에 찬 당당한 모습을 연상케 하는 이감동적인 말씀은 불교가 단순히 부처님을 믿고 의지하는 종교가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스스로 깨달아 부처가 되는 종교임을 잘 말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불교를 「믿음의 종교」라고 하기보다는 「깨달음」의종교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부처님은 무엇을 깨달았고, 우리는 무엇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일까. 이 점이 대해서는 다음회에 살
펴보기로 하자.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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