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어쩌면 시의 계절이다. 누구나 시인이 되고픈, 적어도 시를 그리워 하게 하고 읽고 싶게 하는 힘을 지닌 계절이다.
이 가을, 시를 쓰는 여유를 갖는다면, 심신을 맑게하는 시 한편을 감상할 수 있다면 우리네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런 가을에, 마음을 한층 살찌울만한 시집 두 권이 선을 보였다. 불교적 서정을 노래하는 장용철 시인과 허성욱 시인이 《늙은 산》(실천문학사)과 《꽃비 내리는 마을로 가는 길》(시와시학사)이라는 제목의 `서정의 세계'로의 `초대장'을 보내온 것이다.
늙은 산을 오른다.
어린 산들 업어 키우느라
지치고 쭈그러진 산
몸은 이미 무너졌으나
이름은 아직 다 무너지지 않은 산
동구 밖에 나와
쪼그리고 앉아 계신 아버지
이젠 돌아와
나를 오르라 하는 산
오를수록 깊어지는 산
-시집 《늙은산》의 `늙은 산'전문
만산의 홍엽이 바람에 쓸려 이울고 산은 가벼이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문득 흰구름 한 조각 일어나 하늘을 가리나 이내사려져 버립니다. 임이시여, 이것은 누구의 마음을 알리는 풍경입니까? 추수하고 비어진 논밭에 눈이 내리고 들판은 가만히 가슴을 열고 강물을 바라봅니다. 문득 한 나그네 길을 가나 이네 지평선 아래로 사라져 버립니다. 임이시여, 이것은 누구의 마음을 알리는 풍
경입니까?
-시집《꽃비 내리는…》의`19'전문
시인과 시가 범람하는 시절에 좋은 시를 만난다는 것은 확실히 즐거움 그자체다. 가난했던 이역만리 미국땅에 살며 어린 날의 농촌서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장 시인을 의식지않는 조국과 통일에의 사랑과 열정이 놀랍고, "당연히 먼저 찬양하고 나서야 할 이인생을 잘 찬양할 줄 아는 정신능력을 갖춘 믿을만한 선비"란 미당(未堂)의 표현대로 구도자적 삶을 시에 투여시킨 허 시인의 문재(文才)를 지켜봄이 즐겁다.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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