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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달구는 시집 2권

기자명 이학종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낙엽 흩날리는 가을길을 걷노라면 부지불식간 시심(時心)이 떠오른다. 여기에는 도시와 시골의 구분이 없다. 가을이라는, 감성을 자극하고 조금은 을씨년스런 그런 환경이면 그만인 것이다. 자동차가쌩 치달리는 도심의 가로수에서 뚜욱 떨어져내리는 낙엽에서도, 시골산을 불그레 멍들게한 활엽수에서도 시심은 무리없이 솟구치는 속성이 있으니까.

가을은 어쩌면 시의 계절이다. 누구나 시인이 되고픈, 적어도 시를 그리워 하게 하고 읽고 싶게 하는 힘을 지닌 계절이다.

이 가을, 시를 쓰는 여유를 갖는다면, 심신을 맑게하는 시 한편을 감상할 수 있다면 우리네 삶은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그런 가을에, 마음을 한층 살찌울만한 시집 두 권이 선을 보였다. 불교적 서정을 노래하는 장용철 시인과 허성욱 시인이 《늙은 산》(실천문학사)과 《꽃비 내리는 마을로 가는 길》(시와시학사)이라는 제목의 `서정의 세계'로의 `초대장'을 보내온 것이다.

늙은 산을 오른다.
어린 산들 업어 키우느라
지치고 쭈그러진 산
몸은 이미 무너졌으나
이름은 아직 다 무너지지 않은 산

동구 밖에 나와
쪼그리고 앉아 계신 아버지

이젠 돌아와
나를 오르라 하는 산
오를수록 깊어지는 산

-시집 《늙은산》의 `늙은 산'전문

만산의 홍엽이 바람에 쓸려 이울고 산은 가벼이 얼굴을 들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문득 흰구름 한 조각 일어나 하늘을 가리나 이내사려져 버립니다. 임이시여, 이것은 누구의 마음을 알리는 풍경입니까? 추수하고 비어진 논밭에 눈이 내리고 들판은 가만히 가슴을 열고 강물을 바라봅니다. 문득 한 나그네 길을 가나 이네 지평선 아래로 사라져 버립니다. 임이시여, 이것은 누구의 마음을 알리는 풍
경입니까?

-시집《꽃비 내리는…》의`19'전문

시인과 시가 범람하는 시절에 좋은 시를 만난다는 것은 확실히 즐거움 그자체다. 가난했던 이역만리 미국땅에 살며 어린 날의 농촌서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장 시인을 의식지않는 조국과 통일에의 사랑과 열정이 놀랍고, "당연히 먼저 찬양하고 나서야 할 이인생을 잘 찬양할 줄 아는 정신능력을 갖춘 믿을만한 선비"란 미당(未堂)의 표현대로 구도자적 삶을 시에 투여시킨 허 시인의 문재(文才)를 지켜봄이 즐겁다.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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