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자라는 의미는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실천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충격적이게도 이번 조사에서 많은 응답자들은 기초적인 교리나, 심지어 귀의의 대상인 삼보, 기본적 실천지침인 5계나 6바라밀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님의 가르침보다는 부처님이라는 신 이상으로 위대한 분의 위신력에 의지하려는 경향은 아직도 우리 나라의 불교가 기복적이며 원시적인 형태의 신앙체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믿음은 빈약한 반면, 부처님에 대한 믿음은 매우 높은 현실, 가르침보다는 부처님에게 직접 의지하려는 경향은 따지고 보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는 종교이다. 부처님의 가피나 위신력을 전혀 신봉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불교는 예로부터 지혜의 종교, 가르침의 종교,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종교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맹목적 믿음을 종용하는 다른 종교나 원시종교와 불교가 구분되는 아주 중요한 특징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불교를 믿는 불자들이 타종교인들이나 원시적 신앙을 하는 사람들과 그 대상만 다를 뿐 유사한 종교행위를 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불교의 3대 요소이자 귀의의 대상인 3보(三寶)를 모르는 불자가 응답자의 20%에 이르고 있고, 불교교리의 가장 근본적인 체계인 3법인(三法印)을 제대로 이해하는 불자가 거의 없다는 현실은 한국불교라고 하는 거대한 집단이 허술한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여기서 반드시 인식해야 하는 것은 8정도나 6바라밀과 같은 기초적 신행·교리체계에 대한 이해가 불자의 지식화 또는 지식불교와는 무관한 기초교리에 대한 무식화라는 문제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는 불자들에 대한 교육이 심각한 현실적 과제라는 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불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고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종단과 사찰은 불교와 첫 인연을 맺는 불자들에게 불교를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다. 이번의 충격적인 설문결과는 더 이상 한국불교가 법당과 불상, 교회와 십자가만 다를 뿐 신앙의 모습은 다를 게 없는 기존의 관행을 깨라는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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