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윌리엄 제임스 지음, 김재영 옮김

기자명 이재형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비종교인에게 띄우는 철학자의 항변

합리와 이성을 중시하는 서양사상사에서 종교에 대한 이해는 ‘시대착오적 현상’ ‘소박한 미신’ 등으로 이해하는 게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과학으로 무장한 서구 합리주의 정신은 동양의 지식인들로 하여금 그들의 종교마저 편견의 색안경을 끼고 보도록 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재영(강남대 종교철학) 교수가 최근 완역한 윌리엄 제임스(1842∼1910)의 《종교적 경험의 다양성》은 ‘경험이야말로 종교의 본질을 이루는 핵심요소’라는 종교학의 기본 명제를 충실히 담아내고 있다. 이미 고전 중의 고전으로 분류되고 있는 이 책은 서양지성사의 종교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연 책으로 심리학, 종교학, 문학, 철학 등 연구의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종교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삶의 정황 속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경험현상을 꼼꼼히 관찰해야 하며, 결코 어떤 선험적 가치기준을 갖고서 삶의 현상을 이해하려 들면 안 된다는 학문적 태도를 명쾌하게 제시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모든 종교적 경험은 인간의 전(全)인격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삶의 뿌리를 구성하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밝혔다.

심리학자이며 철학자인 제임스의 ‘경험’ 연구는 고정된 방법론적 틀을 갖고서 종교현상 연구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뚜렷한 틀 없이 직접 개별적인 자료들 속으로 들어가는 ‘합리적인 정직한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종교연구를 인간 개개인의 종교적 경험을 연구하는 ‘개인적 종교’의 연구로 명명한다. 궁극적으로 모든 종교체험은 인간 무의식을 바탕으로 개개인에 의해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 책에서 ‘종교적 경험’은 △인간에게 완전한 삶의 변화 △심미적 아름다움의 극치 △도덕적이며 윤리적인 모습 등을 제공하고 있음을 세밀한 연구작업을 통해 증명해 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종교가 우매한 사람들이나 주체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것 혹은 역사발전의 한 단계로서 종교가 존재한다는 그릇된 편견을 깨고 종교란 인간 삶의 본질적 요소를 분명히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선불교 등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성(聖)’의 경험이 ‘속(俗)’의 경험과는 근본적으로 뿌리가 다르다는 일반적 이해를 탈피해 성과 속의 경험 모두 잠재적 종교적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숲 속에 있으면 오히려 숲의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말처럼 일반 불자들도 ‘깨달음’이나 ‘열반’을 지향하면서도 경험을 지나치게 확대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불교적 ‘경험’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한편 다른 종교의 ‘경험’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충분한 길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길사, 값 2만5,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