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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가람-덕고산 봉복사 ◇사찰연기

기자명 김승호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자장스님은 신라불교의 초석을 다진 큰스님으로 기억되고 있다. 부처님께 간절히 빌어 태어난 그는 전생의 불연이 깊어서 그랬던지 생일이 부처님과 똑같아 어릴 때는 선종랑으로 불려졌다. 이후 생을 살피더라도 여러 점에서 그는 부처님과 닮은 데가 많았다. 속세의 취미에 물들 줄 몰랐으며 결혼한 상태에서 처자를 버리고 출가한 것, 자기집을 희사하여 절로 삼은 것 등에서 깨달음을 위해 세상의 영화와 유혹을 떨치고 고행의 길에 스스로 들어선 부처님을 빼닮았다. 하여간 감당못할 번뇌끝에 산문에 들어섰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 그의 출가는 한 개인의 족적을 넘어 훗날 신라불교 교단을 정비하고 흥법을 굳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선덕여왕 5년(636) 당에 유학갔다가 7년여 만에 귀국한 자장 스님은 사방에 10여 개의 절을 세운다. 출가와 동시에 자기 집을 내놓아 원령사로 삼았다고 했거니와 지금껏 유명한 거찰 통도사도 그가 초석을 다진 것임은 다들아는 터이다. 초년에 주로 남녘지방에서 활동하다가 만년에 접어들면서부터 자장 스님은 명주로 가 수다사를 세우고 거기서 머문다. 그러니까 그를 창건주로 삼고 있는 태백산의 석남원과 여기서 살피고자 하는 횡성의 봉복사는 이즈음에 지은 것들로 보인다.

사찰이 드문 횡성에 봉복사만큼 유래 깊은 절도 달리 없겠는데 진덕여왕 1년(647)에 지은 이 절은 오래가지 못하고 문무왕 9년(669)에 화재로 소실된다. 이 딱한 처지를 듣고 직접 달려간 이가 다름 아닌 원효 스님. 사방을 주유중에 이곳에 들른 그는 주춧돌만 나뒹구는 광경을 보고 긴 한숨을 토했다.

"선배 자장 스님이 심혈을 기울여 지었다 전해들은 절이 하루 아침에 폐허로 변하고 돌보는 이 없이 방치되고 있다니…." 사중의 떠들썩함은 사라진지 오래고 억새의 사각거림만 을씨년스럽게 들리는 폐사지가 나그네승의 발길을 잡았다.
"어쩌랴. 매정하게 돌아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원효 스님은 근방의 사중과 의논하고 단월을 수소문하기에 이른다. 이리저리 뛰어다닌 보람일까, 이름 높은 스님이 앞장선 탓일까. 재원은 생각보다 쉽게 모아졌다. 원효 스님은 기왕에 다시 짓는 절이니 옛절보다는 낫게 짓는 게 도리라고 여겨 부속건물도 여럿 짓고 웅장함도 갖추게끔 했다. 특히 옛터 대신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데 신경썼다. 그 주위는 심산계곡은 아니나 사방을 산이 싸고돌아 아늑한 느낌이 있고 맑은 물이 사시장청 감돌아 산자수명의 절경이라 할 만한 곳이지만 딱잡아 말하긴 무엇해도 절자리로는 어딘가 부족했다. 그러나 마음에 맞는 터는 좀체 눈에 띄지 않았다. 근처산에서 대들보며 서까래를 다 베어오고 주춧돌까지 다 챙겨놓은 판인데 정작 쓸만한 터가 보이지 않아 원효 스님은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하는 수 없지. 옛터에 지을 수밖에…."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하던 차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엊저녁까지 옛절터에 쌓여있던 그 많던 재목들이 어느날 일어나보니 깡그리 없어진 것이었다. 깊은 산중에서 그 누구도 그걸 한꺼번에 치울 수는 없는일인데,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한참후 한 일꾼이 이르길 재목이 몽땅 저쪽 숲속 빈터에 쌓여있더라고 했다. 가보니 둘도 없는 명당이었다. 그 많은 재목을 단번에 옮긴 것 하며 터좋은 곳을 점지한 것하며, 필시 부처님의 점지였다. 원효 스님은 두손을 모아 부처님의 공덕에 감사하며 서둘러 공사에 나섰으니 이것이 봉복사의 중창내력이다.


김승호 /동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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