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나 시멘트로 상징되는 서울에 살면서도 서정성이 함축된 정통시를 쓰는 몇안되는 시인으로 평가를 받는 그가 펴낸 이번 시집도 단아한 풍경화처럼 해맑고 감미롭다.
`다작'이 아닌 `과작'을 하는 김영희 시인은 《행간의 바람》을 내는데 6년이라는 시간을 던졌다. 그래서인지 긴 시간 만큼이나 시 한편 한편이 모두 농익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면서 한층 더 깊어진 그의 시 세계는 서정성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도 개발.파괴로 대표되는 부정적 사회현실을 고발하는 절묘함을 보여준다. 파헤쳐진 숲을 떠난 새를 바라보는 시인은 현실을 "이끼가 슬고 있다" <시 `봄비1' 중에서〉고 단호히 비판하면서도 본연의 세계, 순수의 세계를 향한 지향을 놓치지 않는다.
`비천'과 `현실', `이상'과 `현실', `이승'과 `저승'이라는 상반된 세계를 넘나드는 초월적 경지가 그의 시에 흐르고 있음을 이 시집을 통해 볼 수 있다. 상반의 세계에서 중도라는 지향을 일궈낸 시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시가 읽히지 않은 시절에 스스로를 정리하는 심정으로, 더 정확히는 시인이기 때문에 시를 썼다"고 말하는 김영희 시인. `인사동 골목을 헤매기 십수년/비천상이 그려진 풍경을 샀다' <시 `풍경'중에서〉는 표현에서 처럼 김 시인은 그가 추구하는 "이상향을 향한 고뇌와 관조를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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