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부처님은 결코 학문하는 이나 철학하는 이를 위해 가르침을 설하지 않았다. 따라서 불교를 철학적.학문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가장 수승한 교설이라고 할 지언정 철학이나 학문 그자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물론 불자를 포함해서-이 "불교는 대단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불교에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범접못할 대상이나 경외스러운 것으로 여겨 부지불식간 멀리하려는 경향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 출간된 곽철환씨의 《불교 길라잡이》는 바로 `불교의 숲으로 가 보고 싶으나 어떻게 가야 할지 모르는 이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결국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지만,
긴 역사와 걸맞지 않게, 불교를 처음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마땅히 권할만한 입문서가 없는 불교계에 이 책은 적지않은 의미를 갖는다. 글쓴이의 자의적 해설이 아닌 경전과 어록, 그리고 고승들의 저술과 비문을 인용 서술했기에 객관성이 있다.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쓴 것이나 많은 도표와 사진을 게제해 시각적 효과를 노린 것은 `불교 길라잡이'라는 책 제목으로 볼 때 당연한 일이다. 1장 `인류의 별 석가모니'는 팔리니카야를 번역한 남전대장경에 기초해 부처님 생애에 대한 정확을 기했고, 2장 `꺼지지 않는 등불'은 초기 교단 상황과 경전의 설립과정, 대승불교의 출현 및 대장경의 설립을 서술했다. 이 밖에도 △대승의 세계 △선 △불교의 세계관 △간추린 한국불교사 △불교의식 △사찰을 찾아서 △불교에 대한 99가지 문답 등 총 9장에 걸쳐 `불교의 모든 것'을 교통정리했다. `불전 다이제스트'를 부록으로 붙여 널리 익히는 중요경전들의 요점을 간략하게 추려놓은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책 전반에 걸쳐 공이 많이 들어간 흔적이 역력하고, 깔끔한 장정과 세련된 편집도 돋보인다. 입문서 치고는 값이 다소 비싼(1만8천원)게 흠이지만 타종교에서 초심자나 입문자에게 바이블 선물하듯 이 책을 활동(법보시용)해도 괜찮을 듯 싶다. "불교 전반에 대해서 이 정도만이라도 쉽게 접근한 책을 나는 일찍이 보지 못했다"는 글쓴이의 `호기'가 크게 거슬리지 않는 권할만한 책이다.
글쓴이 곽철환씨는 동국대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역경원에서 10년간 근무했으며, 지금은 도서출판 시공사에서 불교책을 기획.편집하고 있다. <시공사 펴냄, 양장본 362쪽〉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