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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제전선사[11]-제10화, 선견지명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유도사, 제전선사를 따라서 "옴 마니 반메 훔"하고 외우면서도 의심이 나서 묻는다. "스님, 이 주문이 무슨 주문입니까" "육도의 고액을 면하는 주문일세. 열심히 외우시게"

그러나 스님, 저와 저의 제자는 장차 어떻게 삽니까. 굶어 죽을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내 장삼을 입고 서호의 냉천정에 가서 `이국원, 제전선사를 만나려고 영은사까지 갈 필요가 없다. 나에게 은 열량과 허리에 차고 있는 잔돈 3백60전을 달라'고 크게 외치게"

유도사, 밖에 나갈 때는 언제나 도복을 단정하게 입었던 그가 지금은 제전선사의 다 헤어진 장삼을 걸치고 나가야 하니 기가 막힌다. 그러나 따르지 않으면 한 푼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 할 수 없이 선사의 장삼을 입고 떠나면서도 못내 믿기지 않아 한마디 묻는다.

"스님, 거기 가서 큰 소리로 외치면 일은 저절로 됩니까" "물론이고 말고. 안심하고 가서 세번만 큰 소리로 외치면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일세. 그가 나에게 줄 시주돈을 가지고 있을 터, 그대의 살림에도 도움이 될 것이구먼"

삼천도관을 나온 유도사, 몰골이 창피해서 우정 인적이 드문 뒷길을 가는데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그러나 못들은 척하고서 서호의 냉천정에 이르렀다. 이곳은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이어서 유도사가 "이국원, 제전선사를 만나러 영은사까지 갈 필요가 없다. 은 열량과 허리에 찬 3백60전을 내게 주시게"라고 큰소리로 외치자 금방 사람들이 유도사를 에워쌌다. 그리고 저마다 유도사가 돈 때문에 미쳤다거니 이국원을 찾는다거니 한마디씩 하는데 유도사가 세번째 외쳤을 때, 에워싼 사람들을 헤치고 두 사람이 나타났다. 조문회와 이국원이었다. 조문회가 이국원에게 말하였다.

"아우님, 성승이신 제전선사는 과연 선견지명이 있으시네. 우리가 올것을 미리 알고 기다리고 계시지 않은가" 하고서 바라보니 제전선사는 없고 제전선사의 남루한 장삼을 걸친 유도사가 있지 않은가. 조문회, 불길한 생각을 하면서 유도사에게 다가가 "당신, 제전선사의 장삼을 입고 있지 않은가. 설마 스님을 해치지는 않았겠지"하고서 금방 요절을 낼듯하다.

유도사 "스님을 해치다니요. 오히려 혼쭐이 났습니다. 그러시는 두분은 뉘십니까"두사람이 조문회와 이국원인줄을 알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조문회와 이국원을 삼청도관으로 안내했다. 속옷바람으로 앉아 있는 제전선사에게 인사를 드린 조문회가 이국원에게 인사하라고 권했으나 이국원은 스님을 거지로 잘못알고서 인사하려고 하지 않는다. 스님은 그것을 아랑곳 하지 않고 "두 사람이 함께 온 용건이나 이야기 하시지"한다. 조문회가 이야기하는데.

이국원의 집안은 대대로 지주였고 이국원은 과거에 급제한 선비이다. 아내 난씨는 어질고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미쳤다. 수많은 의사에게 보였으나 전혀 낫지를 않았다. 이국원은 생각다 못해서 두대인의 집에서 가정교사를 하는 친구 이춘산에게 상의했다. 이춘산은 두대인의 사당에 그 집안의 가보인 오뢰팔괘천사부가 있는데 이것을 환자의 방에 두어 시간만 걸어두면 난씨의 미친 병이 나을 것이니 그것을 두대인 모르게 잠시빌리자고 했다.

이춘산은 곧 두대인의 사당에서 천사부를 가지고 와서 이국원에게 주었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돌려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국원은 천사부를 가지고 집으로 오는 도중, 잠깐 주막에 들려 아는 사람들과 한잔 하는 사이에 천사부를 도둑맞고 말았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이국원은 사람을 놓아 천사부의 행방을 알아보게 하였다. 이윽고 돌아온 하인 이승이는 말이 "훔친 도둑이 골동품 가게를 하는 유가에게 팔았고 유가는 진승상에게 은 오백량에 팔았으며 진승상은 그것을 각천루에 걸어놓고 가택을 지키는 부적을 삼았다"는 것이었다.

이국원은 아득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돈을 곱을 주고라도 찾을 수 있겠지만 진승상의 손에 들어가서는 돈을 주고 되찾을 길이 없다. 시간은 가고, 이춘산에게서는 독촉이 오고, 망연자실해 있는데 조문회가 성황묘에 놀이를 가자고 찾아왔다. 이국원은 조문회에게 놀이를 갈 수 없는 딱한 사정을 이야기했다. 듣고 난 조문회,

"걱정할 것 업네, 영은사의 제전선사는 활불이시라, 그 분에게 부탁하면 천사부도 찾고 부인의 병도 틀림없이 나을 것이네"하였다.

이렇게 해서 제전선사를 만나러 가게된 이국원은 스님에게 보시할 은 열량과 따로 용돈 4백전을 가지고 오다가 40전을 주고 차를 한 봉지 샀다. 궁금한 조문회가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 어떻게 해서 제 아우가 은 열량과 잔돈 3백60전을 가지고 있는 줄을 아셨습니까" 제전선사 "그것은 알것 없고 돈은 유도사에게 주게, 우리는 이공부인의
병을 고치러 가세" 하고서 유도사에게서 장삼을 받아입고 앞장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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