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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돈황 가는 길』 정찬주 지음

기자명 채한기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천년 전 유물에서 천년의 화두를 푼다

다양한 양식으로 조성된 둔황 석굴, 그 속에 천년의 숨결로 남아 있는 불상과 벽화들이 불교를 토대로 꾸준하게 작품활동을 해온 작가 ‘정찬주’라는 프리즘을 통해 새롭게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둔황의 아름다움과 신비스러움은 물론이요, 그 속에서 진리를 찾아서 죽음을 무릅쓰고 길을 떠났던 수많은 구도승들의 숨결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정찬주 씨의 신작 좬돈황 가는 길좭은 기행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견문록이라고 해야 적당할 것 같다. 작가 특유의 유려한 문장과 유물의 가치를 통찰하는 심미안은 돈황 유물에 덧씌워진 두터운 세월의 이끼를 단박에 거둬내는 이변을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내용과 구성은 단순히 둔황의 풍광을 감상하고 즐기는 차원을 훌쩍 넘고 있다. 의식과 무의식 속으로 스며든 상상과 통찰의 물방울들이 여행지의 낯선 풍물들과 조우하면서 뿜어 올려지는 삼투압에 견줄만한 가슴 떨리는 체험이라고나 할까.

함양을 지나 서안을 거쳐 둔황에 다다르는 과정에서 만나는 갖가지 고사(古事)들은 역사유적 탐사라는 하드웨어에 정찬주의 문학적 감성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절묘한 어울림에 힘입어 퀘퀘함을 훌훌 벗어버리며 다시금 생명력을 얻고 있다. 양귀비와 현종의 세기적 러브스토리, 진시황의 분서갱유 사건 등이 천년의 세월을 넘어 생생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법보신문에 보도된 것처럼 둔황 막고굴 237굴의 유마경변상도에서 발견된 조우관을 쓴 삼국인 그림과 그것에 대한 ‘출중한’ 해석 역량은 작가적 상상력과 둔황에 대한 지고지순한 애정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문학과 불교, 여기서 말미암은 작가의 이사무애적(理事無碍的) 세계관이 둔황 막고굴과의 천년 화두를 푼 듯한 치열함으로 책 전편에 걸쳐 분출되고 있음을 공유하는 재미 또한 쏠쏠한 좋은 책이다. (김영사 9,900원)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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