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사 원효’를 만나다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원효 생생하게 담아

한국불교의 영원한 사표, 원효. 그는 우리 ‘민족의 부처님’이자 국제화 시대에 이땅을 대표하는 ‘세계 속 한국인’이다. 700여 편의 논문과 100여 편의 단행본이라는 연구결과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원효에 대한 이해는 곧 한국사상사의 정체성과도 직결된다.

[원효탐색]은 저자 고영섭 박사가 ‘민주’와 ‘자주’의 기호로 다가왔던 소성거사 원효에 대한 20여 년간의 탐색 흔적을 집성한 책이다.

삼국시대 혼란했던 시대상황 속에서 ‘백 개의 서까래가 아니라 한 개의 대들보’가 되고자 했던 원효는 통해 자기 부정의 길을 걸었던 석가세존처럼 끝내 자기와의 싸움에서 승리한 ‘거사’ 원효로서 되살아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원효는 시대를 통찰할 줄 알았던 눈밝은 선지식이었고 문화인이었으며, 바다가 모든 강물을 다 받아들이는 것처럼, 거울이 모든 사물을 다 받아들이는 것처럼 드넓고 깊은 마음의 소유자다.

그리하여 입적한 지 1300여 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세계의 정신으로 우뚝 남을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제1부 ‘원효의 화회론(和會論)’에서는 원효의 화쟁회통론이 다양한 주장들을 회통하고 화해시키기 위한 방법론임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를 통해 우리 시대 원효의 출현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제2부 ‘원효의 일심학(一心學)은 원효의 사상적 코드인 일심의 지형도가 어떠한 구도 위에서 그려졌는지를 공부론, 장애론, 정토론, 화엄학의 축을 통해 해명해 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3부 ‘원효의 무애행’에서는 그의 사상이 어떻게 실천되고 있는지를 일심 이문 혹은 일미 이문의 구조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부록으로 원효 저술 목록 및 연보와 원효 관련 논저 목록을 최근 연구실적까지 싣고 있는 점도 눈에 띤다. (연기사, 12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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