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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풍기는 '깨달음의 향연'

기자명 법보신문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용성·한암 스님 등 2백여 고승 서간문 수록

삼소굴소식
명정 스님 역주

<1978년 어느날, 통도사 삼소굴(三笑窟)에서 경봉(鏡峰) 스님(1892∼1982)은 상좌 명정(明正)을 불렀다. 경봉 스님은 명정에게 한암(漢岩)·용성(龍城)·제산(霽山)·효봉(曉峰) 등 큰스님들의 간찰을 한묶음 전해주셨다. 먼저 입적하고 안계시는 그 분들과 교류하시던 일을 회상하듯 스님은아무말도 없이 추연하게 허공을 응시하고 계셨다.

이 때는 스님이 입적하기 5년전. 명정은 이듬해인 1979년 봄부터 노사(경봉 스님)께서 전해준 간찰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양은 무려 두 가마니분량이었는데, 그냥 넣어놓은 것이 아니라 성씨별로 따로따로 차곡차곡 묶어서 또 겉봉투를 만들어서 거기에다가 김씨·박씨·이씨 등 기록을 해놓고관공서까지 별도로 표기를 해놓은 것이었다.>

통도사 극락선원 조사당에서 수행정진에 몰두하고 있는 명정 스님이 은사경봉 스님으로부터 간찰을 전해받은지 20년만에 이것들을 정리하고 해석해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한국근세고승서간문집'이라는 부제로 펴낸 책《삼소굴 소식》에는 경허(鏡虛·1849∼1921) 스님으로부터 경봉 스님에 이르기까지 1백77명의 등장인물과 그들의 편지 2백47통이 실려있다. 선승들이 남긴 선문답 형식의 이 서간문집은 당·송의 문학과 조선조 5백년의 문학이 거의 서간문 형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소중한 정신적 유산이라고 명정 스님은 밝히고 있다.

조계종 종정 월하 스님은 이 책의 서(序)를 "영축산 천추의 달이 빛나고/긴 강은 만고에 흐르네./ 눈앞의 무한한 풍광을/ 천하에 몇 사람이나 요득하겠는가.(靈鷲千秋月 長江萬古流 眼前無限景 天下幾人收)"라는 게송과 함께 "이 것이 영축산의 영원한 진상(眞相)이요 우리 선가(禪家)의 살림살이"라고 붙였다.

또 쌍계사 강주 덕민 스님은 "두어줄에서 여러 행간에 이르기까지 문답·돌( )·방(棒)·할(喝) 등에서 묻어나온 주장자(柱杖子) 소리·기침 소리·발장구 소리·궁색해서 써내려간 쇄쇄(蔘蔘)한 소리·설야와 우제시(雨霽時) 다연(茶烟) 속에서 써내려간 신필들, 대표적으로 경허선사의 신(信)이얼핏 엿보이는 '종이가 헤어지고 먹이 변한다'는 구절이 '그의 속에 좋은뜻이 그득하나 표현하지는 못하겠네' 구절로 이어짐을 느낄 때 이쪽도 저쪽도 아니면서 선일변(禪一邊)을 외치고 문사(文辭)를 도외시하는 우리들은 몸둘 바를 모르겠다"고 이 책을 극찬하고 있다.

역대 선지식들이 남긴 서간을 통해서 그들이 풍기는 깨달음의 향훈을 느껴볼 수 있는 귀중한 책이다.

<통도사 극락선원(051-246-4511∼5), 466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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