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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조경』 홍광표·이상윤 지음

기자명 김민경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봉선사 대웅전 뒤에 꽃밭이 있는 까닭은?

조경은 특정한 시대와 특정한 장소의 문화를 경관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을 말한다. 같은 중세시대 조경이라 하여도 중국의 조영작업과 일본의 그것, 그리고 한국의 조영세계가 확연히 구분되어 남아있는 까닭은 특별한 문화적 틀 속에 살아온 이야기가 각기 다른 까닭이다.

조경 속에는 글이나 말로써 전해지고 표현하기 어려운 숨겨진 삶의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옛 선조들이 조영작업을 통해서 남기려한 이야기, 추구한 세상(혹은 이상향)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게다가 먹고 살만해진 까닭인지 집과 건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전에 없이 높아져 대형서점마다 건축과 인테리어에 관한 잡지와 단행본이 넘치고 있으나 그 속에서 한국의 전통조경을 화두로 삼은 책은 찾기 어렵다.

세계화를 추구하는 시대에 조경의 국적문제를 운운하는 것까지는 무리라 하여도 한국식 조경언어는 한마디도 모른 채 몸과 정신을 의탁하는 건축물을 마구잡이로 지어대는 풍조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그것은 갓 태어난 아이에게 우리말을 단 한마디도 가르치지 않고 외국어만 디립다 가르치는 행위와 다를 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조계종립 동국대학교에서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는 홍광표 교수와 사찰조경연구소의 객원연구원인 이상윤 교수가 공동으로 쓴 『한국의 전통조경』은 이러한 시대를 사는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었다 놓을 만한 역저이다.

한국 조경의 고유성과 정체성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이 책은 조경을 연구하는 전공자를 위한 교재로 쓰여졌으나 이 부분에 대하여 앞선 의식을 갖고 있는 일반인들에게도 아주 유용하게 읽힐 것이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어 각 시대의 대표적 작품인 궁궐과 주택, 별서, 사찰, 서원 85군데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각 작품의 조영 역사와 배경, 입지, 배치 형식과 공간 구성, 경관 요소를 상술하고 있다. 85권의 단행본으로 정리하여도 넘칠만한 내용을 단 394페이지 분량의 글 속에 압축하여 놓고보니 맛만 보고 책을 덮는다는 느낌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그것은 이 책의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야기가 아니고 그만큼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한국의 전통조경’이라는 세계가 바다처럼 넓고도 깊다는 의미이다.

특히 사찰 조경의 경우는 전통과 긴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 22개 명찰의 조영적 의미를 다루고 있는데 왕실이 축조를 주도한 원찰과 산지사찰의 공간 구성적 차별성, 화엄사 각황전과 대웅전 앞마당의 넓이가 각각 다른 이유, 전국 사찰 중에서 봉선사에만 남아있는 화계(花階:옹벽과 화단을 겸해 만들어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조경양식) 등등등 우리 불자들이 미처 몰랐던 사찰조경의 아름다움이 세세하게 기술되어있다. 어린 자녀와 도반들의 손을 잡고서 답사 떠날 때 도움이 되도록 각 작품마다 위치를 표시하여 놓은 지도를 글 앞머리에 첨부하여 놓았다. (동국대학교출판부 14,000원)



김민경 기자
mkkl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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