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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장경이 해인사로 간 까닭?

기자명 법보신문
왜 침탈 피해 안전한 내륙 선택

태조 7년 서울로 이동…“세조 때부터 보관”정설




몽골의 침략에 대한 국민의 의지를 종교적으로 결집하기 위해 제작한 해인사 고려대장경(高麗大藏經). 전 국토가 침탈을 당하던 어려운 시기에 제작됐지만, 오·탈자가 거의 없는 완벽함과 그 방대한 양은 세계에 남아있는 대장경 가운데 으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소중한 문화유산이건만 해인사 고려대장경에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의문들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해인사 경판을 언제, 어떻게, 왜 해인사로 옮겨지게 됐는가? 등에 관한 의문은 대표적인 것들이다. 경판을 새긴 연대는 고려사의 기록과 대장경의 간지 등에 정확하게 기록돼 있는데 반해, 새긴 장소와 옮긴 날짜, 배경 등은 『조선왕조실록』의 간략한 기록 외에 어느 문헌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 또 조선왕조실록 내에서도 서로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학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조상들은 왜 몽골군의 침입에도 난공불락의 요새로 위용을 자랑했던 강화도를 버려 두고 경상도 내륙 지방인 합천 해인사로 고려대장경을 옮긴 것일까? 이에 대한 단서는 조선왕조실록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정종 원년(1399년) 7월 21조에 대장경을 요구하는 일본사신에게 정조 임금은 고려대장경이 예전에 2벌이 있었는데 나머지 1벌은 해구의 노략질로 불태워져 없어진 것이 많아 완전하지 못하다고 답한다. 고려말에서 조선 초는 왜구들의 약탈이 심각했던 시기이다. 따라서 섬인 강화도 또한 왜구들의 침범이 빈번했고, 또 대장경에 대한 약탈도 있었던 것으로 미뤄 이들의 약탈을 피해 깊은 내륙지방으로 대장경을 옮기는 일은 당시 필연적인 일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언제 해인사로 옮겨진 시기는 언제일까? 고려 태조 7년에 서울로 옮겨왔다가 세조 2년에 다시 해인사로 옮겼다는 설이 정설이지만 이에 대한 이설도 상당수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고려말설이다. 다카하시(高橋亨)이라는 일본인 학자들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고려말 60여 년 사이에 옮겨왔다는 이론이다. 그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이 동문선과 이숭인의 도은시집이다. 이들 문헌에는 우왕7년 이색이 대장경을 인쇄하는데 수암 장로가 해인사에서 대장경을 인쇄해 받쳤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과연 당시 인쇄된 대장경이 고려대장경을 지칭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 남해군 고현면 대사리 일대의 남해분사도감에서 제작돼 강화 선원사로 가지 않고 해인사로 곧장 왔다는 해인사 재래설(在來說)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선 태조 7년 설에 강화도에서 고려대장경을 싣고 나온 것은 사실인 것 같다. 가장 믿을만한 사서인 조선왕조실록에는 태조 7년 강화 선원사에서 대장경을 옮겨와 지천사로 옮겨왔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성종 9년 11월 21조에 합천 해인사에 소장된 대장경은 선 왕조, 즉 세조때 마련한 것이라는 기록이 있어 태조 때 지천사에 모셨던 대장경을 세조 때 해인사로 옮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강화 선원사에서 대장경을 서울로 옮겨 온 다음해인 정종 원년에 해인사에서 대장경을 인쇄했다는 기록이 있어, 해인사 고려대장경이 선원사에 옮겨온 대장경인지는 아직 의문의 여지가 남아있다. 어찌됐던 대장경을 해인사로 옮겼던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강화 선원사가 폐허로 남아있는데 반해, 해인사로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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