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방에선 다람쥐도 스승이 되더라
이 책은 바로 그런 부족함을 메우고도 남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 어디서도 만나지 못했던 소중한 이야기와 일화를 한아름 안고 있다.
『선방 …』을 펴낸 능인 스님은 1990년 단양 원통암으로 입산하여 2년 후 사미계를, 1996년 구족계를 수계 받은 후 봉암사와 송광사, 법주사, 수도암, 해인사, 벽송사 등 여러 선원에서 안거를 지낸 수좌 스님이다. 전생의 인연이 특별했는지 친형이 스님에 앞서 이미 출가를 이루었다. ‘스님형제’는 한때,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천연요새 바위 토굴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함께 정진하기도 했다.
형제가 출가를 이루기까지 넘어야 했던 숱한 역물살을 가감없이, 보기에 따라서는 지나치리만큼 담담하게 풀어놓아서 출가와 관련한 ‘인간적’, ‘여성지적’ 호기심이 많았던 이라면 그런 점에서도 몹시 반가울 책이다. 능인 스님은 출가 전 잠시 교직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이력 덕분인지 스님답지 않게 원고지를 무서워하지 않아 결국에는 이처럼 의미 깊은 책을 펴냈다.
책의 내용은 크게 입산과 출가, 천생산 토굴시대, 제방 선방에서의 수행, 태백산 토굴시대로 나뉘어져 있다. 인적이 끊긴 곳에서 지내며 두려움에 떨던 이야기, 다람쥐와의 눈싸움(세상에 그런 고수 다람쥐가 있다니!), 쥐가 스승 된 사연, 산새들의 겨울 양식 문제 등등 도시민들은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별나고도 아름다운 산 속 풍경들이 경이로움을 안고 다가온다.
뒤이어 전개되는, 엄격한 행자생활 이야기, 선방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갖가지 대중공양의 이면, 결기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행풍속의 자세한 묘사를 읽고 나면 ‘선방이야말로 한국불교의 진정한 심장부’라고 했던 어느 불자의 말에 늦게나마 무조건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운주사 7500원)
김민경 기자
mkkl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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