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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신소천의 『금강경 강의』

기자명 윤창화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경전 강의의 새 지평 열어

독특한 견처로 서술

불법진리 여실히 천명


금강경 강의와 독송운동에 전 생애를 바친 신소천(申素天, 韶天. 1897-1978)스님의 대표작 좬금강반야바라밀경 강의좭는 경전 주석과 강의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 금세기 보기 드문 명저이다.

1936년, 그의 나이 40세 때(그가 아직 스님이 되기 전) 사바도원(娑婆道院)에서 출판된 이 책은 나오자마자 당대의 석학 이능화에 의해 다음과 같은 찬사를 받는다.

“소천거사는 본 강의를 저술함에 있어서 전인(前人)의 학설에 의지하지 않고 독특한 견처(見處)로부터 일관되게 서술해서 불법의 진리를 여실히 천명한 것이다. 경향 불교계에서 구독자가 답지하는 현상이다.(... ...) 여래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짊어질 자, 소천거사가 아니면 누구냐”(『불교시보』 80호) 이능화의 일성(一聲)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 책은 그야말로 전인미답의 독창적인 저술이다. 종래의 애매 모호한 한문식 주석이 아닌 한글 주석으로써 간결하고도 명확한 강의였다. 그는 당시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한문식 주석이나 저술에 대하여 “한문에 중독된 무책임한 노예성”이라고 혹평했다. 서두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그의 『금강경 강의』의 일단(해제부분)을 보기로 하겠다.

“금강반야바라밀은 이 경을 일홈(이름)함이다. 말하(자)면 금강같이 견고한 무변(無變)의 근본지로써 차안(此岸)을 파쇄하고 피안에 도달하는 불언(佛言)의 정법이요 첩경의 교훈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피안은 어떠한 곳이며 차안은 어떠한 곳인가? 차안은 고해이고, 피안은 극락이고 불지(佛地)이다.”

다음은 ‘여시아문(이러하게 내가 들었다)’에 대한 강의이다.

“이 경은 석가모니불과 그의 제자인 수보리 사이에 문답하신 것을 그의 다른 제자인 아난께서 적은 것이다. 그래서 경 머리에서 말을 꺼내되 ‘내가 이러하게 우리 스승님께 들음이요 나의 억측하는 바의 말은 아니라’함이다.”

해제에 대한 강의는 물론 여시아문에 대한 강의도 매우 깔끔하다. 이 강의는 지금 읽어봐도 손색이 없지만 67년 전인 당시로서는 매우 놀랄만한 일이었다. 사실 그의 『금강경강의』는 국한문이 혼용되어 있어 한자에 맹인인 지금 사람들에겐 좀 부담이 가지만 이 점을 제외한다면 이 책은 지금도 충분히 통용될 수 있다. 어떻게 그 당시 이처럼 명확하고도 간결한 문장을 구사할 수 있었는지 자못 의아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강의는 남다른 안목(깨침)과 신교육을 겸비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누구인가? 그는 본래 서울 출신으로 휘문의숙(휘문고) 졸업(?)했으며 14세(1910)때까지 교회를 다녔다. 그 때마다 늘 ‘우리나라가 잘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를 했는데, 1910년 드디어 한일합병이 되자, 어린 마음에도 자신이 믿었던 하느님에 대하여 의문이 가기 시작했다. 종교에 대하여 방황을 하던 15세 때 어느 날 종로에 있는 한남서점의 주인이 “이 책을 갖다보오. 가진 조화가 다 들어 있을 터이니”. 하면서 좬금강경좭 한 권을 건네 주었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뒤 10여 년 간 중국과 국내에서 독립운동도 하는 등 갖가지 세파를 겪다가 28세 경 우연히 다시 『금강경』을 보니 뭉클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었다. 말하자면 금강경을 보고 깨달은 바가 있었던 것이다. 그 뒤 처사로서 지리산 상무주암, 금강산 마하연 등 여러 사찰을 다니면서 참선을 하는 등 본격적으로 불교공부를 하게 되었다.

1952년, 그는 56세의 늦은 나이로 범어사에서 용성스님의 위패를 모시고 머리를 깎는다. 53년부터는 마산과 인천 보각사를 중심으로 ‘금강경 독송구국원력대’를 조직하여 전국적으로 금강경 독송 운동을 확산시킨다. 금강경 운동을 통하여 잃었던 나라,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이다. 또 ‘우리는 금닭이다. 금강경으로 울자’로 시작되는 ‘금닭’ 노래와 ‘구국가 구세가’ 등을 지어서 운동의 상징적인 노래로 부르게 하였으며, 회원들에게 뱃지도 만들어 달게 하였다.

이 책의 체재는 맨 위(頭註)에 원문이 있고 그 다음 번역과 주석, 그리고 강의와 문답이 있다. 문답은 강의에서 못 다한 설명을 문답형식을 빌어 더욱더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국판 반양장 290쪽, 세로조판 국한문 혼용. 그의 저술로는 이 책 말고도 『원각경 강의』, 『반야심경 강의』 등이 있다.


윤창화(민족사 대표) changwha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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