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제10회 `소월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천양희 시인은 수상이후 밝힌 문학적 자서전에서 "나는 이제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시를 쓸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성냥 한개비로 세상을 밝힐 수 있듯이 시 한편으로 무진등(무진등) 하나 켤 수 있기를"발원한 것이다. 지난 1965년 등단한 이래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의 그늘을 짊어져왔던 천 시인은 자신의 네번째 시집 《마음의 수수밭》을 통해 이를 훨훨 떨쳐버리고 있다.
"아파트 공사장에/까치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아/다른 곳으로 날아갈 때까지/공사를 중단했다는 이야기가/멜버른이 아닌 우리 나라 서울에서 들려 와/나를 감동시키느니/이것이 사랑하며 얻는 길이거니/득도의 길이거니/아름다움과 자비는 어디에서나 자라날 수 있는 것//나, 오늘 무우전(무우전)에 들고 말았네."-시 <어떤 하루〉중에서
문학평론가 반경환씨는 천 시인을 "무우전에 모든 근심을 불러모아 무지개를 피어오르게 하는 시인"이라고 평했다. 반 씨의 평가가 아니더라도 천 시인의 시는 읽는 이조차 끝없이 자신을 관조하고 내면의 세계로 천착해가는 수도승의 경지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시 한 편 한 구가 수행과정을 연상케하는 것이다.
"시라는 글자도 말씀 언(언) 변에 절 사(사) 자가 합쳐서 된 것이 아닌가. 말씀의 절, 말 속에 절이 있다니! 말이 마음의 다른 표현이라면, 마음 속에 절을 가지듯 구도하는 자세로 시를 써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 봄, 굳이 불교나 불교용어를 늘어놓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불교적인, 아니 불교시란 이런 것이구나!라는 감동을 자아내주는 천양희 시선집을 통해 불교시의 진수를 느껴보는 것도 좋은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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