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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띠해는 풍요와 희망 기회의 해

기자명 이창윤
1996년 병자년은 쥐의 해이다.

쥐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살아남는 근면한 동물, 미래의 일을 예시해 주는 영물, 재물.다산.풍요 기원의 상징이다. 그래서 쥐띠 해는 풍요와 희망과 기회의 해로 알려져 있으며 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식복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 났다고 말한다.

십이지신은 십이신장 또는 십이신왕 이라고도 하는데 《약사경》을 외우는 불교인을 지키는 신장이다. 우리 나라의 십이지신앙은 약사신앙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십이지신앙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까지는 밀교의 영향으로 호국적 성격을 지녔으나, 삼국통일 이후에는 단순한 방위신으로 그 신격이 변모했다.

경주 원원사지 3층석탑처럼 탑을 만들때 기단부에 십이지신상을 조각한 것이 그 예이다.

쥐는 정북과 오후 11시에서 새벽 1시, 달로는 음력 11월을 지키는 방향신이자 시간신이다.

쥐는 십이지의 첫자리에 해당하는데 설화는 그 까닭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옛날 하늘의 대왕이 정월 초하루에 천상의 문에 도달한 순서로 짐승들의 지위를 주겠다고 했다. 이에 각 짐승들이 저마다 빨리 도착하기 위해 훈련을 했는데 쥐는 자신이 작고 미약하여 먼저 도달할 수 없음을 알고 제일 열심이었던 소에게 붙어 있었다. 쥐는 소가 천상의 문에 도착하려는 순간에 뛰어내려 제일 먼저 도착해 첫자리를 차지했다.

함경도 지방의 `창세가'는 물과 불의 근원을 알려준 동물로 쥐를 상정하고 있다. 즉, 이 세상이 생길 때 해.달.별을 정리한 미륵이 물과 불의 근원을 몰라 생식을 했다. 이에 미륵이 새앙쥐를 불러 불과 물의 근원을 알아내고 그 대가로 이 세상의 뒤주를 주었다고 한다. 이 설화는 우리 조상이 쥐를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정보체로 여기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쥐는 또 사람의 손톱이나 발톱을 주워먹고 그것을 버린 사람으로 둔갑하는 동물로 묘사되며, 속담에서는 약자, 왜소함, 도둑, 재빠름 등에 비유되기도 한다.

불교에서 쥐와 관련된 이야기로 가장 유명한 것은 《불설비유경》에 나오는 `안수정등'의 비유이다.

들불이 일어난 황량한 벌판에서 미친 코끼리에 쫓기던 한 나그네가 덩굴을 타고 우물로 피신해 위기를 모면했다. 그러나 우물 안벽에는 독사 네 마리가 혓바닥을 날름거리고 있고, 바닥에는 독룡이 나그네가 떨어지길 기다리며 노려보고 있다. 나그네는 의지할 것이라곤 덩굴밖에 없지만 그마저 흰 쥐와 검은 쥐가 갈아먹어 곧 끊어질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나그네는 어디선지 자신의 입에 떨어지는 다섯 방울의 꿀에 취해 위험한 처지를 잊는다.

이 비유는 사람이 살아가는 참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가르침이다. 여기에서 나그네는 인생을, 코끼리는 무상함, 우물은 나고 죽는 일이 험난한 이 세상, 덩굴은 인간의 생명, 독사 네마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지수화풍의 사대, 다섯 방울의 꿀은 재물.애욕.음식.명예.수명의 오욕, 들불은 늙고 병듦, 독룡은 죽음을 각각 상징한다. 여기에서 흰쥐와 검은쥐는 각각 낮과 밤 즉, 인간의 일생을 갉아먹는 시간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낮과 밤은 광음으로 빛은 지혜 동자에 어둠은 자비동자에 대비되기도 하는데, 해인사 법당 앞 돌기둥에 흰쥐를 오르는 것으로, 검은 쥐를 내리는 것으로 새겨 놓은 것도 이 비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용운의 시 `쥐'에서도 쥐가 등장한다.

"나는 아무리 좋은 뜻으로 말하여도/너는 작고 방정맞고 얄미운 쥐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너는 사람의 결혼 의상과 연희복을 낱낱이 조사하였다./너는 쌀궤와 멱서리를 다쪼고 물어내었다.//그밖에 모든 기구를 다 쏠아 놓았다. /나는 쥐덫을 만들고 고양이를 길러서 너를 잡겠다."

이 시에서 쥐는 색계에 집착하는 인간의 탐욕을 상징한다.

또 《옹고집》에는 쥐가 주인공 옹생원이 벗어놓은 갓을 쓰고 옹생원 행세를 하는데, 이는 옹생원이 불도를 훼방한 죄의 업보를 깨닫게 된다는 불교설화를 소재로 하고 있다.


이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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