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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를 위한 불교경전 산책 - 십이처설(十二處說)

기자명 박경준
우리들은 가끔 이 `우주와 세계 안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존재할까'하는 의문을 품는다. 이러한 의문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진지한 철학적˙종교적 관심에서 연유한다. 특히 부처님 당시에 이 세계에 대해 보다 깊이있게 알고 싶고 인생을 보다 참되고 보람있게 살고자 했던 많은 종교인과 사상가들에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다시 말해서 일체(일체, sarvam)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
었다.

조금 부풀려 말한다면, 그들은 일체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사상과 종교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어느 날, 생문(생문)이라는 바라문이 부처님께 찾아와 일체가 무엇인지 질문한 적이 있었다. 이에 대해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답하고 계신다. "바라문이여, 일체는 십이처(十二處)에 포섭되는 것이니, 십이처란 곧 눈(眼)과 물질(色), 귀(耳)와 소리(聲), 코(鼻)와 냄새(香), 혀(舌)와 맛(味), 몸(身)과 촉감(觸), 뜻(意)과 법(法, 여기서의 법은 마음의 스크린에 나타나는 모든 영상을 말하며, 무위법도 포함된다)이다. 만일 이 십이처를 떠나 다른 일체를 시설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며, 사람들의 의혹이 더 커질 것이다. 그것은 다만 언설일 뿐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일월성신을 비롯하여 산하대지와 동식물, 그리고 미물들과 먼지 티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것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삼라만성, 일체만유는 위에서 말한 열두 가지로 분류되고 또한 이 열두가지에 포섭되며, 이 열두 가지 이외의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체가 십이처로 분류되고 또한 십이처에 포함된다는 부처님의 교설을 불교에서는 십이처설이라고 한다.

십이처의 처(처)는 원래 `들어사거 머무는 장소'의 의미인 범어 `axatana'의 역어인데, 구역에서는 입(입)이라 하고 신역에서는 처 또는 입처(입처)라고 한역하였다. 따라서 십이입과 십이입처는 모두 십이처와 같은 말로서 일체가 주관계인 육근(육근, 안이비설신의)과 객관계인 육경(육경, 색성향미촉법)의 12가지에 들어간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이 십이처설은 종교적 세계관으로서는 뭔가 부족한 것으로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십이처설 속에 담겨있는 불교의 사상적 특징은 결코 가볍게 볼 것이 아니다.

십이처설은 첫째, 인간의 인식과 체험 영역밖에 있는 어떠한 초월적 실재나 절대자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제시한다. 이것은 부처님이 당시 바라문교가 주장한 범천(범천)의 존재를 부정한 사실로도 증명된다. 둘째, 십이처설은 인간중심적 세계관을 제시하면서도 주관(인간)과 객관(자연)의 관계를 중시한다. 주관이 없다면 객관의 없고, 객관이 없다면 주관이 없으며, 주관과 객관의 관계를 떠나서는 세계도 없고 일체는 오직 이 관계 위에서만 성립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비달마 불교에서 십이처설의 근본취지가 제법무아(제법무아)의 진리를 밝히는데 있다고 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박경준/동국대 불교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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