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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보 세계인의 성보로

기자명 이창윤
◇세계유산등록 과정

우리 문화재의 세계화 사업을 추진하던 문화체육부가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대장경 판고 및 고려대장경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게 된 것은 '94년 8월의 일이다. 문화체육부는 당시 세계유산등록을 위해 대상문화재에 대한 잠정목록(향후 5년 동안 신청할 세계유산 목록. 창덕궁, 수원성곽, 무녕왕릉, 삼년산성, 강진도요지, 설악산, 한라산 등이 포함됐다.)을 제출하고 9월에 이들 3건의 문화유산에 대해 지정신청서를 세계유산위원회에 제출했다.

신청을 받은 세계유산위원회는 유네스코 산하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에 의뢰해 세계적인 건축전문가 니말 데 실바(Nimal De Silva, 스리랑카 모라투와대)교수를 지난 2월 파견, 신청된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 관리실태를 실사했다. 이 실사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제19차 총회에 등록을 건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문체부는 세계문화유산 신청 당시 대상 문화유산 선정을 위해 △각 시대별로 우리 나라를 대표하고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를 내세울 수 있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준에 따라 불국사와 석굴암은 통일신라 문화예술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해인사 고려대장경과 판고는 고려의 공예예술의 정수를 보이면서도 세계인쇄사와 불교사에 큰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인정돼 신청대상 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등록유산 소개

불국사는 신라 경덕왕 10년(751)에 김대성이 창건한 절로 석가탑(국보 제21호), 다보탑(국보 제20호)등 총 8종의 국가지정문화재가 있는 민족문화의 보고다. 이들 성보는 8세기 중엽에 꽃피웠던 신라문화의 국제성과 독창성, 신라인의 높은 예술적 창의력이 응집된 것으로 평가된다.

불국사의 가람배치는 불국토를 향한 신라인의 염원을 담았다. 즉, 대웅전을 중심으로한 석가모니불의 사바세계, 극락전을 중심으로 한 아미타불의 극락세계, 비로전을 중심으로 하는 비로자나불의 연화장세계를 한 곳에 구현함으로써 신라인들의 이상세계를 펼쳐 보인 것이다.

석굴암은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에 의해 같은 해 창건됐다. 김대성은 현생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창건하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불사를 창건했다.

석굴암은 신라의 건축.수리.기하학.종교.예술의 결정체로 통일신라시대조형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걸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비단을 짜듯 돌로 감실을 조성했다'는 옛사람의 찬탄처럼 미학적 조형미가 뛰어나 일본의 미술사가 야나기 무네요시(유종열, 1889~1961)같은 이는 지구가 파멸하게 되었을 때 지구 밖으로 비상 반출할 제1호 보물로 석굴암 본존불을 꼽을 정도였다.

석굴암의 특징은 대다수의 석굴과는 달리 크고 작은 화강암을 차례로 쌓아올려 만든 전방후원형 인공석굴이란 점이다. 돔형식의 석굴암은 당시 기술력으로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지어져 감탄을 사고 있다. 특히, 일제의 보수공사 이전까지는 습도조절은 물론 온도까지 항상 일정했다고 알려졌다. 석굴 안에는 본존불을 비롯해 문수.보현.관음보살과 십대 제자, 팔부신중, 금강역사, 사천왕상 등이 부조돼 있다.

해인사 고려대장경은 몽고군의 침입을 격퇴하려는 민족적 염원에서 판각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고려대장경은 강화도 대장도감과 남해.강화도의 분사 대장도감에서 고려 고종 19년(1232)부터 같은 왕 38년(1251)까지 16년간에 걸쳐 제작됐다. 총 1천5백14부 6천7백91권 8만1천3백40판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이 대장경은 경판의 수에 따라 팔만대장경으로도 불린다.

제작 당시 북송의 관판대장경과 거란판대장경, 초조본대장경 등을 비교해 탈자와 오자, 누락자 등을 바로잡는 등 교정에 완벽을 기했다. 이 때문에 고려대장경은 현존하지 않는 이들 대장경의 판본 내용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해인사 대장경 판고는 15세기에 건립된 대장경판 보관용 건물로 통풍, 방습은 물론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과학적인 설계가 이루어진 것으로 유명하다. 이 판고는 같은 양식과 규모의 두 건물이 남북으로 나란히 하고 있으며 남쪽의 건물은 수다라장, 북쪽의 건물은 법보전으로 불린다.


◇향후 보존 대책

이들 문화재의 세계문화유산 정식 등록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알림으로써 우리나라가 신흥공업국이라는 이미지 외에 문화민족임을 증명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우리 문화유산의 홍보와 보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들 수 있는 것은 문화외교의 부재다. 이제까지 정부가 우리 문화유산의 홍보를 위해 기울인 노력은 극히 미약하다. 지난해를 `한국방문의 해'로 지정해 놓고도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못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는 '88년에 세계유산위원회에 가입하고서도 우리 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92년에 가입한 일본이 5건을 이미 등록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우리 문화유산의 홍보는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관광수입의 증대와도 직결되는 것이니만큼 그간의 홍보실태를 반성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홍보에 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이 문화유산보호정책의 개선 및 강화다. 문화유산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는다면 적극적인 홍보활동도 의미없는 것이 된다. 최근 논란을 빚은 경부고속전철의 경주통과 문제나 '62년 문화재관리국의 시멘트 덧씌우기 및 제습기 설치로 습기와 진동에 시달리고 있는 석굴암, 지난 9월 해인사 대장경판고 지붕 기와의 파손 등 등록신청 문화재에 대해서 조차 근본적 보존대책없이 무원칙한 일과성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우리 문화유산보호정책의 현실이다. 우리 문화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된 만큼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의 위한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 우리 문화유산의 훼손방지와 영구적인 보존을 위해 보존기술자와 연구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점도 설득력있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의 문화유산은 우리의 손으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세계유산협약은 등록 문화유산에 대해 훼손방지와 영구보존에 관한 기술적 지원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들 기술의 적극적인 도입을 위해서라도 연구.기술인력의 양성은 시급한 일이다.


이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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