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 법전 스님

기자명 채한기
  • 교계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출가에서 종정까지

찰나를 다툰 용맹정진 반세기

종정 법전 스님이 사서 선각 스님과 해인사 퇴설당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1925년 전남 함평에서 출생한 김향봉(金香奉). 그의 부모는 어느 날 누군가로부터 “출가하지 않으면 세속인연이 짧다”는 말을 듣고는 1939년 전남 영광 불갑사(佛甲寺)에 어린 아들을 맡긴다. 불갑사라면 삼국시대 인도 스님 마라난타존자가 이 땅에 불법을 전하기 위해 창건한 사찰로 마라난타존자의 전법(傳法)도량.

당시 향봉의 나이 열네살. 현대 교육 제도에 맞춰본다면 중학교 1학년생인 셈이니 ‘깨침’이나 ‘해탈’이라는 개념은 그의 머릿속에 자리잡지 못했을 때다. 어린 향봉은 부모님과의 이별의 아픔을 가슴에 묻어둔 채 불갑사 숲길에 들어섰다. 불도에 이르는 숲길에 들어선 것이다.



성철스님과 봉암사 결사 참여



출가 후 10년이 되던 해 법전 스님은 백양사에서 여름 한철을 보내고 해인사 가는 길에 한 스님을 만나 봉암사를 찾았다. 괴색 가사에 와발우에 공양을 하고 있는 봉암사 스님들의 모습에 이끌린 스님은 그곳에 남기로 결심한다. 이곳에서 법전 스님은 자신의 평생을 가름 짓는 한 스승을 만난다.

그 선지식은 바로 ‘산은 산 물은 물’의 성철 스님. 뿐만 아니라 그곳에서 스님은 청담, 자운, 향곡이라는 선지식과 함께 수행정진에 들어간다. 그 유명한 ‘봉암사 결사’에 법전 스님도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밭매고 나무하고 탁발하며 정진하던 봉암사 수행시절 법전 스님이 들었던 화두는 고봉대사의 [선요](禪要)에 나오는 ‘타사시구자(拖死屍句子)’. ‘무엇이 너의 송장을 끌고 왔느냐?’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대중이 봉암사를 떠날 때 스님은 성철 스님과 함께 고성 문수암, 월래 묘관음사를 거쳐 통영 안정사 천제굴에 머무른다. 이 때가 1951년.

성철 스님은 어느 날 영가 현각 스님의 [증도가](證道歌. 중국 선종의 가송집(歌頌集). 영가 스님이 6조 혜능선사에게 참구하고 대오한 무상도(無上道) 요지를 1814자 247구 고시체로 가창했다.)를 손수 베껴와서는 “배워보라”며 권했다. 성철 스님에게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속명 이영주였을 당시, 대자유를 향한 구도의 마음을 일으키게 한 책이 바로 한 탁발승으로부터 건네받은 [증도가]이기 때문이다.

[증도가] 첫 구절은 바로 ‘군불견(君不見)가?’.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구절을 본 스님은 당돌하게도 “배우지 않겠다”며 일축해 버렸다. 성철 스님은 다음날에도 책을 펼치며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물었다. 법전 스님은 곧바로 “나한테 그렇게 묻는다면 등가죽을 차버리겠다”고 고함치자 성철 스님은 한참을 빤히 쳐다보더니 “정신이 맑구먼!”하면서 방을 나갔다. 법거량을 통해 성철 스님으로부터 인가를 받는 순간이다. 성철 스님은 곧 법전 스님을 불러 종이에 ‘도림(道林)이라는 법호를 써 건넸다. 법호를 건넨 순간 성철 스님은 은법사(恩法師)를 자처한 것임에 다름없었다.



선원복원 등 후학양성도 열정



이후 성철 스님이 파계사 성전암에 철조망치고 공부할 때 법전 스님은 문경 대승사 묘적암으로 발길을 돌렸다. 당시 묘적암에 쌀이 두어가마니 있는 것을 보고 “저 쌀이 떨어지기 전에 한 경지에 오르든지 아니면 죽든지 해야겠다”는 굳은 각오를 세우고는 용맹정진에 들어갔다.

청소하는 시간도 아까웠던 스님은 손발도 씻지 않은 채 눈을 뜨면 손으로 한 번 부비는 것이 다였다. 씻지 않은 밥그릇에 음식을 담아 그대로 먹어도 더럽다는 생각은 없었으니 ‘위생’이라는 놈은 아예 뇌리에 떠오르지 조차 않았다. 방안엔 먼지가 세 달간 쌓이고 쌓였다. 참선 중 포행 하면 눈내린데 발자국이 새겨진 것 같이 보였다. 그렇게 정진하던 중 분명 변화가 느껴져 왔다.

법전 스님은 곧바로 성철 스님을 찾아가 법거량을 나눴다. 성철 스님은 공부하다가 깨치면 떡을 해준다는 파참재(罷參齋)를 오늘 해주겠다고 했으나 스님은 “싫다.”는 한마디 던지고는 파계사 금당과 성전암을 오가며 더욱 정진해 갔다.

법전 스님은 1969년 김천 수도암으로 옮겨 선원을 복원, 납자들을 15년간 제접하기에 이른다. 후학 양성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소 스님들에게는 “중노릇 잘 해라”, 재가자들에게는 “욕심을 버리고 소박하게 살아라”고 법전 스님은 강조해 왔다. 수행자 본분을 강조해 온 스님이 종정에 올랐기에 불자들은 수행가풍 진작을 통한 새로운 한국불교의 변모를 기대하고 있다.성철, 효봉 스님등의 역대 종정 스님처럼 종풍을 일대 쇄신하는 대종장으로 우뚝서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특집 법전 스님 - 새 종정에 바란다

불교 새 지평 여는 ‘중심 축’ 되시길




민주당 연등회 김기재 회장



소욕지족(少欲知足)과 봉암사 결사 정신을 받들어 새천년민주당 연등회 국회의원들은 정도를 걸을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새천년민주당 연등회 의원들은 법전 스님의 종정 추대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평생 참선과 손수 농사를 지으신 법전 큰스님의 높은 덕이 이 땅에 안녕과 화합을 깃들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고, 불자 정치 의원들 역시 큰스님의 높은 덕을 본받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더욱 힘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나라당 불자회 김태호 회장



불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모든 불제자들과 출가자 모두 수행의 초심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승풍을 조성해야 하며 종단 결속과 화합을 위한 노력을 기대합니다. 또한 사회복지에 불교의 역량을 회향해 받는 불교에서 주는 불교로 바뀌어야 합니다.

이제는 국가와 사회가 몰라보게 발전하고 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하여 새로운 불교상을 정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대구환경聯 문창식 사무처장



전국 곳곳에서 수행환경을 보존하고자 하는 스님들의 환경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법보 사찰 해인사의 골프장 건설과 가야산 관통도로 문제, 그리고 천성산 관통 고속철도나 북한산 순환도로 문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들 사업은 모두 국가나 지자체가 사업의 주체이면서 사업지역에는 반드시 보존해야 할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이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곧 환경을 생명이라 이르는 환경운동의 정신적 바탕입니다. 종정 큰스님을 통하여 모든 생명이 생명답게 살아갈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 이 땅위에 속히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불교여성개발원 이인자 원장



불교신자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불자들은 오늘날 한국 불교의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고 단연코 말 할 수 있습니다. 신행활동을 통하여 스스로의 정신적 향상과 불교의 외호에 힘써 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활동영역이나 종단의 내외적 지위, 능력에 대한 처우 등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것은 비단 재가여성불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비구니스님들에게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종정스님께서는 이러한 여성불자와 비구니스님들의 일에 많은 애정과 관심을 가져주시리라 믿습니다.



좋은벗들 노옥재 사무국장



종정으로 추대되신 것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물질보다 정신문명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미래사회에서 우리 불교가 갖고 있는 사상이나 큰스님들의 가르침은 문명적 비전에 대한 기대로 다가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민족이 당면한 남북 분단이라는 현실적 고통에 대해 불교의 최고 어른이신 스님께서 늘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불교가 북한문제와 통일문제에 대해서 실질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고 사회적 역량을 발휘하는데 있어 스님께서 명쾌한 답을 제시하시고 길을 열어 주셔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스님의 크신 가르침 기대하겠습니다.


채한기 기자
penshoot@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