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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정론-미국의 종립대학

기자명 박성배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종교단체에서 세운 대학을 종립대학이라 한다. 미국의 종립대학은 대개 여러 교회에서 모은 돈으로 설립됐다.

그런데 미국의 초대 교회 지도자들이 돈을 모아 대학에 갖다 주면서 대학과 맺은 지도자들이 돈을 모아 대학에 갖다 주면서 대학과 맺은 계약문이 흥미롭다. `교회는 대학을 간섭하지 않을 것이며, 대학은 교회를 비판해도 좋다' 세상에 자기 돈을 갖다 주면서 이런 불리한 계약을 맺는 사람들도 있나 하고 의아해 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종교기관에서 세운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은 모두 다 이런 계약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학의 할 일은 교회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비판하고 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 일'이라는 신념이 뚜렷했던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바와 같이 미국은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이다. 청교도란 16-17 세기경에 영국에서 생긴 개신교 계통의 기독교인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영국의 교회와 교회 지도자들의 부패를 비판하고 그들의 횡포에 저항하다가 마침내 새 세상을 찾아 미국으로 온 것이다. 그러므로 영국에서 미국으로 건너 온 초기의 개척자들은 대개 이러한 <청교도 정신〉이 투철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이들이 대학을 세운 목적은 미국의 교회들이 앞으로 또 영국의 교회처럼 잘못되어 나갈 때, 제발 소금노릇과 등불노릇을 해 달라는 것어었다. 교회의 돈을 대학에 갖다 주면서 교회를 비판해 달라고 말할 수 있었던 청교도 정신은 오랫동안 미국대학의 기본 정신이 되어 왔다.

그런데 한국에 세워진 수많은 기독교 계통의 대학들이 미국처럼 교회에 대하여 소금노릇하고 등불노릇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들리는 소문은 오히려 그와는 반대된 소리뿐이니 안타깝다. 남의 집안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집안 일은 어떠한가. 유교는 성균관 대학을 세웠고, 원불교는 원광대학을 세웠으며 불교는 동국대학을 세웠다.

동양종교들이 다투어 대학을 세운 근본 목적은 무엇이었을가. 혹시라도 대학을 어느 포교당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유교인들이 유교인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을 때 , 성균관 대학은 무엇을 했으며, 불교인들이 불교인 노릇을 제대로 못하고 있을 때, 동국대학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싶다. 사회의 소금노릇을 하고 등 불노릇을 했다면 이를 만천하에 알려 만세의 귀감을 삼아야할 것이다.

기독교의 청교도란 말을 들을 때마다 불교의 청정비구라는 말이 생각난다. 둘 다 맑은 청자로 시작되어 그런지 매우 친근해 보인다. 그러나 양자는 이제까지 그 역사적인 현장이 달랐다. 이 때문에 양자는 생각도 달랐고 행동도 달랐다. 과거는 그렇다 치더라도 미래는 어떨까.

지구촌 시대, 세계화 시대가 성큼 성큼 우리에게로 다가오고 있는데 과거처럼 기독교의 역사와 불교의 역사가 꼭 평행선으로 달리라고는 생각되지는 않는다. 앞으로는 청정비구에게서도 청교도적인 면이 나타날 것이고 청교도에게서도 청정비구적인 면이 나타날 것 같다. 이리하여 기독교 대학을 세운 사람들이 불교의 청정비구처럼 삼륜청정을 말하고 대학을 일체 간섭하지 않을 지도 모르고 또한 청정비구는 청교도처럼 대학에게 돈을 갖다 주면서도 절이 타락하지 않도록 비판해 달라고 부탁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세상은 갈수록 재미있어질 것 같다.


박 성 배 <뉴욕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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