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평-신앙 강요

기자명 윤원철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군(軍)에서 특정 종교를 강요한 행태가 또 하나 알려져서 물의를 빚고 있다.장교와 하사관들에게 특수훈련을 시키는 육군 특수전학교의 하사관교육대에서 인성교육을 교회에서 치르며 기독교를 전도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방법으로 교육대상자들에게 기독교 신행을 강요하고 불교 신행을 방해하는 짓이저질러졌다고 한다. 군목은 세례 원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하는가 하면, 교육대장은 신상카드의 종교란에 불교라고 기재하지 않고 법당에 나간하사관 후보생들에게는 닷새에 걸쳐 경위서인지 반성문인지를 제출케 하고 벌점을 부과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는 법당 앞의 텃밭에 거름을 준다는 명분으로 오물을 잔뜩 뿌려서 그 악취로 집회를 방해했다고 한다.

괘씸하고 슬프고 또 우습다. 직책을 제대로 수행할 힘을 제도를 통하여 국민으로부터 부여받고 그 직책의 올바른 수행을 전제로 해서 보수를 받는 자가그 힘을엉뚱한 방식으로 국민에게 행사하는 것을 괘씸해 하지 않을 도리가없다. 특정 종교 신앙 강요가 문제되었을 때, 우리는 흔히 그 강요하는 사람도 나름의 종교적신념에서 모두를 좋은 길로 인도하겠다는 선의로 그렇게 한 것이고 다만 너무 열성적이다 보니 도를 지나치게 된 것 아니겠느냐는 식으로 관대하게 처리한다. 종교인의 입장에서 본다면야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또 다른 중요한 측면이 있다. 직위, 계급등 직무와 관련해서 부여받은 힘을 가지고 엉뚱하게도 특정 종교 신앙을 강요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직장에서 상급자가자기 직위의 힘을 이용해서 부하를 성추행하는 파렴치한 작태와 연장선 상에 있다. 직무와 관련해서 뇌물을 받는 작태도 같은 선 상의 일이다. 법적으로야 독직이니 배임이니 강간이니 수뢰니 하고 구분되겠지만, 도의적으로 또 의식의 내용상으로 그렇다. 일잘 하라고 준 힘인데, 그저 힘만 있다 하면 마음대로 아무 데나 휘두르는 행태라는 점에서 같은 것이다.

그렇게 도의적으로, 또 의식상으로 연속선 위에 놓을 수 있는 비리의 작태가우리사회 온갖 부문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범람하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종교도 한몫 거들어 일부나마 종교인들로 하여금 세간적인 힘으로써 남에게 신행 강요의폭행을 저지르도록 조장한다는 사실이 슬프다. 봉사가 권력화되는 바로 그만큼사회와 문화가 타락한다는 진단도 있다. 특히 우리 사회는 공직자들이 직무를 위해 부여 받는 권력의 달콤함 속에서만 허우적거리면서봉사라는 본연의 임무는 도외시하는 탓에, 오폐수가 질척거리는 하수구 같은부패 만연의 질곡을 벗어나지못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세간적 조건에 초연히 무조건적인 봉사의 고결한 이상을 내걸고 있는 종교까지도 오폐수 부어넣기에 한 손 거드는 양상이니 슬프다는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세속화의 추세 속에서 종교에 대해 강력한 회의적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즉 그네들이 내세우는 고결한 이상들은 그저 짐짓 역설하는것일 뿐이고 실제로는 종교 역시 남 못잖게 세간적인 이해(利害)에 철저하게얽혀 있고 그것을 중심으로 해서 돌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그 하나이다. 이런 사례가 있을 때마다 그런 의심이 더욱 강해질 테고, 종교가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목소리를 굵게 하여 희생과 봉사를 역설할수록 사람들은 우스워할 것이다.

선의가 지나쳐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잘 보아줄 수도 있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싶은 이들은 아주 간단한 일 한 가지만 해 보기를 바란다. 다름 아니라 자기가, 또는 제 자녀가 그런 일을 당하면 어떻겠는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조금 더 실감나게 체험하고 싶으면 자기 종교 말고 다른 종교의 의식에 참가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스스로짐짓 실험하는 이들은 남의 힘에 의해 억지로 그렇게 해야 하는 이들의 괴로움을다 맛보지는 못할 것이다.


윤원철/객원 논설위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