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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파괴가 선거공약인가

기자명 법보신문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2천년의 역사를 가진 수많은 문화유산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경주를 관통하는 고속전철문제가 아직도 강행될 전망이어서 정부의 관계부처 사이에도 이견이 드러나고 있고 집권 민자당 안에서도 내년의 총선을 의식하여 과단성있는 정책전환의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3일, 문화체육부 장관은 불교계를 비롯해서 각계인사를 프레스센타로 초청하여 고속전철이 경주지역을 관통하는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알려진 바가 없으므로 그 자리에서 어떤 의견이 오고갔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동안의 보도에 의하면 문화체육부는 고속전철의 경주지역 관통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와반대로 건설교통부는 기존계획을 그대로 고집하고 있다. 그리고 건설교통부편에서서 고속전철의 경주관통을 찬성하는 쪽은 민자당의 제2정책조정위원장이 "이미 경주도심을 통과하는 것으로 실시설계가 마무리되고 있고 예산편성이 돼 있는데 굳이 지금 와서 그 계획을 바꾼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한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가 한번 정한 것은 바꿀 수 없다는 권위주의적발상에 묶여 있다.

또한 민자당의 정책위의장도 "당초 정부안대로 경주도심을 통과하지 않겠느냐"고 내다 봄으로써 그러한 권위주의적 밀어붙이기를 뒷바침하고 있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밀어붙이기는 실시단계여서 변경할 수 없다고 강변하는 건설교통부의 태도에서도 알 수 있다.

스스로 문민정부임을 표방하고 있는 현정부가 이같이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고속전철의 통과로 문화유산의 파괴가 불을 보듯 뻔한데도 강행하려는 이유가 내년의 총선에도 있다고 하는 보도를 보면서 한번의 선거를 위해서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자초하는 어리석음을 현정부가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 않을 수 없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고속전철이 경주를 관통할 경우, 앞으로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지역으로 지정되는데 결정적인 장애가 될 것"이라고 한 경고가 아니더라도 세계화를 주장하는 정부가 우리가 가진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파괴하면서 무엇으로 세계화를 표방하며 세계화의 내실을 기할 것인가.

설사 백번을 양보해서 지역경제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해도 한때의 물질적 풍요를 위해서 2천년의 역사를 지닌 인류가 공유해야 하는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것이 옳은지 깊이 생각하고, 잘못되었으면 아무리 많은 돈이 그 동안 투입되었더라도 그것을 아까워 하지 말고 계획을 중단하고 바꾸어야 한다.

한번 파괴 된 문화유산은 투입된 돈의 몇십배, 몇백배를 동원한다 해도 돈이나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결국 되살릴 수 없음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정부는 광복 50주년을 기해서 일제식민통치의 상징인 총독부건물을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철거하기 시작하였다. 건물의 복원에 드는 예산과 경복궁의 철거에 드는 예산, 그리고 새로 지어야 하는 박물관건축에 드는 예산은 실로 서민은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 숫자에 달한다.

그럼에도 정부가 국민이 낸 세금을 아까워하지 않고 총독부의 건물을 철거하는 것은 우리 얼을 찾자는 것일 터인데 지금 정부는 우리 얼이 담겨 있고 얼이 숨쉬는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모순을 범하려 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부디 뒤늦게라도 깨닫고 주저없이 계획을 바꾸기를 바란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중요한 일을 두고 정부와 여당의 몫으로 치부하고서 강건너 물을 보듯 방관만하는 야당도 양식이 있다면 합당한 의사의 표명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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