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평-배부른 쪽이 억울하다니

기자명 공종원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이양호 국방부장관이 기독교계를 향해 해명을 했다. 이장관은 국방부에 대해 전개되고 있는 최근 기독교계의 불만이 '현실을 모르는데 기인'한 것이라는 약간 퉁명스런 반응이라서 우리의 관심을 끈다.

그렇지않아도 한국기독교 군목파송 교단협의회가 '형편에 맞지않게' 기독교에 불리한 국방부 군종충원계획에 대한 규탄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을 불교인 뿐만 아니라 사회일각의 주목을 받고 있는 판이다. 때문에 지각있는 사람들은 과연 '종교간 형평'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됐다.

국방부는 당초 향후 15년간의 군종장교 충원계획에서 불교에 76명을 할애하고 기독교와 천주교에 10명과 14명을 배분하기로 했었다. 이 계획만 보면 국방부가 불교를 '무지하게' 편애하고 천주교와 개신교를 몹시 차별하는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다. 기독교목사들이 화를 내고 펄쩍 뛰고 있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 것 같다.

그렇지만 내용을 아는 사람은 정말 펄쩍 뛰고 화를 내야할 입장에 있는것은 바로 불교계라는 것을 안다. 실제 이장관이 공개한 자료를 들여다 보면 그동안 불교계가 입을 다물고 지낸 것이 오히려 이상하고 기독교측이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염치를 모르는 일이라는 것이 분명해 진다.

우선 국방부령 358호에 따라 국내 종교별 신자수 구성비를 기준으로 규정된 군종장교의 법적 정원은 기독교가 2백46명, 불교가 1백35명, 천주교가 67명등 모두 4백48명이어야 한다. 이것은 군대내의 종교별 신자수의 구성비가 기독교 55%, 불교 30%, 천주교 15% 라는 기준에 따른 것이다. 우리 군대내의 종교별 신자수 구성비가 정말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인가는 별개로 하고라도, 이 기준에 따라 현재의 군종장교수를 보아도 기독교 3백24명, 불교 94명, 천주교 68명 이라는 구성비는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규정과는 달리 기독교가 66%, 불교 19%, 천주5교 15%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기독교는 무려78명, 천주교는 1명을 초과하고 있는 반면 불교는 오히려 41명이나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연유야 물론 가지가지이겠다. 기독교 교단들의 선교열이 그만큼 뜨거웠다는 것도 있겠고 정부차원에서 그만한 정책 지원이 따랐다는 것이 분명한 반면 불교계의 정치 사회적 약세와 문제에 대한 인식부족, 거기에 종단의 사무체계가 이런 문제를 감당할만큼 성숙하지 못했던 점등이 충분히 작용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생각하면 불교계의 자성도 요구되지만 동시에 우리 정치 사회의 비리가 이처럼 종교의 형평을 유지하는 일에서조차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해왔다는 것이 새삼 확인된다.

이런 형편인데 기독교계가 여태까지 누려온 부당한 기득권도 모자라 앞으로도 더 부당한 특권과 특혜를 누리려고 트집하고 나서고 있는 것은 정말 몰염치도 심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사정을 아는지모르는지 두손 놓고 있는 우리 종단들의 모습이다. 이런 부당한 국방부의 처사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하고 나서야 하는 쪽은 바로 불교계이겠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불교의 몫을 제대로 찾아먹지 못한 무능도 한심하지만 확보된 법적 정원조차 2010년이 돼도 다 충족시키지 않을 셈으로 나오고 있는 국방부의 계획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도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계획에는 2010년이 되어도 기독교가 57% 3백34명을 확보할 때 불교는 29%인 1백70명에 그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국민의 종교별 신자수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불교가 군대내에서는 왜 이렇게 이상한 대우를 받고있는지 따져봐야 할 일이다.


공 종 원<객원 논설위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