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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가람-⑧신어산 서림사 ◇사찰연기

기자명 김승호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서림사가 깃들어 있는 산은 신어산, 산이름에서 벌써 우리는 깊은 전설이 숨겨있을 거란 지레 짐작이 따른다. 물고기와 적 혹은 물고기나 산은 아무리 상상력을 동원해도 납득할 만한 논리로 이어질 것 같지 않은 대상물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경남권에는 이곳 말고도 범어사, 만어사처럼 물고기와의 인연을 간직한 절들이 포진해있다. 만어산의 연기는 앞에서 훑터본 터이고 서림사의 본찰이기도 한 범어사의 연기를 약간 언급하자면, 나라에 왜구의 침입이 잦아 대왕이 근심하고 있는 차에 한 꿈을 통해 해법을 얻었다 했다.

즉 꿈속에 이인이 나타나 동국해변의 금정산 꼭대기 큰 바위에 금색물이 넘쳐나는 우물이 있으며 그 안에는 범천에서 내려온 금어가 살고 있는바, 의상을 그리로 맞아 칠일칠야 화엄신중을 독송하면 왜란은 저절로 가라앉으리라 일러준 것이었다. 임금은 물론 그대로 따랐으며 덕분에 왜구의 침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적을 체험한 왕과 주위 사람들은 범천과의 연이 닿도록 한 금정과 그 사이를 매개한 금어에 대해 고마워하며 절을 지어 기린것이 범어사의 유래가 되었다.

물고기가 주체가 된 호국담은 경전에도 보인다.《아미타경》에는 석가여래가 기아에 빠져 굶어 죽게된 사람들을 보다 못해 자신이 거대한 물고기로 변한 다음 해변이 나타나 자기 몸을 먹게끔해 그들이 살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한다. 이런저런 유형담에 비추어 볼때 현재 확인되지는 않으나 애초에는 신기한 물고기가 베푼 자기 희생과 중생구원을 주제로 한 전설이 있었을 법하다. 구지봉을 비롯해서 근처가 온통 가락의 유적지로 둘러있을 뿐더러 절 아래의 연못도 이런 추론에 무게를 실어준다하겠다.

가락국은 신라 못지 않게 숭불에 애쓴 나라였다. 이미 시조 김수로왕때부터 작잖은 절을 세웠으니 서림사도 그 가운데 하나로 창주는 장유화상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낯설기만한 인물이다. 도대체 그는 누구인가. 수로왕은 왕위에 올라 한참 지나고서도 도무지 왕비를 맞아들일 생각을 보이지 않아 신하들의 애를 태웠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가락국에 강림한 것은 다 하늘의 뜻이니 역시 왕비의 간책도 천명에 따라 할 것이라고 받아 넘기곤 했는데 실상 인도의 허왕후가 자신의 배필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 내심 태평했던 것이다. 그가 고대하던 여인은 성이 허요 이름은 황옥이라 했으니 16살의 처녀로 인도 아유타국에서 출발하여 먼길을 항해한 끝에 마침내 지금의 부안당 앞바다에 이른다. 타고온 배에는 온갖 보물이 그득차 있을 뿐더러 사신과 시녀등 수행원만해도 20명이 넘었다. 장유화상은 그 일원중의 한명. 그는 단순한 수행원이 아닌 허황옥의 남동생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누이가 왕비로 들어앉아 그는 세속의 영화를 다 떨치고 불모산에 토굴을 짓고 수도에 전념해 누이와는 대조적인 길을 택하게 된다. 수행처로 이름 높은 장유암은 바로 그의 이름에서 비롯된 곳으로 우선 그를 떠올리게 되는 곳이다. 그뿐 아니라 서림사와 동림사, 영구암도 그가 지었다고 믿어온다. 서림사는 이역승답게 서역불교가 그 땅에서 세세 번영했으면 하는 기원을 담고 있다면, 동림사는 일단 들어온 불교가 가락국에 깊이 뿌리내리길 바라는 진심을 대변하는 사찰이다. 가락국에 관한한 그를 잊혀진 이방인으로 돌려선 곤란하다. 그만큼 가락국에 불교적 자비를 베푼 이도 드물다.


김승호 /동국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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