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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정론-찾아가야 할 희망의 길

기자명 도법 스님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지리산 품안에 있는 실상사에는 언제나 든든함과 편암함이 있다. 실상사를 둘러 싸고 있는 힘찬 봉우리들은 중후한 기상을 간직하게 한다. 평원처럼 넓다란 들판은 넉넉한 포용력을 갖게 한다. 시원스럽게 돌아흐르는 계곡들은 쾌청한 활달함을 느끼게 한다. 이에 더하여 농사짓는 산중마을이 이웃하고 있다. 그 곳에서 힘겹지만 소박하게 살아가는 역사대중의 삶을 지켜볼 수 있다. 덕택에 수행자로서의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 보게 되고 어느 정도는 진지한 긴장을 갖게 되므로 더욱 좋다.

실상사의 위치가 이러하므로 매일 같이 문을 나서면 농사짓는 마을 어른과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와 함께 고등학생, 중학생, 국민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궁핍하고 힘겨운 삶의 무게 때문에 괴로워 하는 가정도 알게 된다. 시골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자신들의 삶을 자조적으로 말한다.

배운것이 없어 무식하기 때문에 출세할 길이 없다. 좋은 기술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도 없다. 물려받은 재산이나 모아놓은 돈이 없으니 더좋은 곳을 찾아 옮겨갈 수도 없다. 이처럼 못났으니 시골에 처박혀 농사나 지으며 죽을날이나 기다린다고 한다. 팔자를 탓하고 세상을 원망하고 자신의 무능을 한탄해 보지만 숨막히기는 매 한가지이다.

곰곰이 헤아려 보면 이 마을의 불행은 바로 한국 농촌사회가 안고있는 총체적인 모습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실로 농촌 어느 구석도 밝은 내일을 기약할 수가 없다. 여기에 농민들의 슬픔과 심각함이 있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볼 뿐 어떻게 하지 못하는 필자의 심정도 착잡하기 그지없다.

이와 함께 도시에서 일어난 추악하고 불행한 삶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뇌리에 떠오른다. 얼마전 학생신분인 부잣집 아들이 유흥비 때문에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을 접하고 우리 모두는 경악했었다. 대학교수가 재산문제로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을 접하며 모두 다 망연자실했다.

돈많고 힘센 사람들의 맹목적인 욕심으로 인하여 건국이래 최대의 참사인 백화점 붕괴사건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허탈해 했다. 이 모두가 유학 다녀오고 좋은 직장있고 기술 뛰어나고 권력있고 돈과 재산이 많은 도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 일이다.

현실이 이런만큼 한국사회의 농촌이나 도시 어느 곳도 암담하지 않은 곳이 없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돈, 기술, 지식, 권력, 명예가 인간의 행 불행을 좌우하거나 사회의 안정과 평화와 발전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는 점도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반드시 찾아가야 할 희망의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첫째,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주체적인 자각과 학신이 최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어느 현자는 "생명의 필연성(영원성)을 이해하면 삶의 당위성(잘살아야 하는 이유와 가치)를 갖게 된다"라고 했다. 생명은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영원히 활동하며 전개되고 있다. 생명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없는 절대적인 존엄성의 존재이다.

둘째, 인간의 가치에 대한 주체적인 자각과 확신이다. 인간의 궁극적 가치는 영원불멸의 삶, 만족과 기쁨의 삶, 주체적인 자유의 삶, 만인의 공존과 평화의 삶을 실현하는데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삶은 지금까지의 지식, 돈, 명예, 권력, 기술 따위로는 영원히 실현불가능하다. 오히려 주체적인 자기완성을 향한 끊임없는 배움, 평화를 향한 아름다운 마음 더불어 함께 하려는 너그러움, 모든 이웃을 한식구로 인식하려는 따뜻한 인간성.욕망을 절제하여 분수에 맞게 살아가려는 태도.정의와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씀의 삶을 통해서만 인간다운 행복은 가능하다.

셋째, 민족의 주체성과 전통성과 동질성에 대한 자각과 확신이다. 우리는 한국이라는 동질의 국토.문화.역사 전통속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다. 민족의 주체성과 전통성과 동질성을 확고히 할때 민족의 화합과 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며 나아가 국제사회에 큰 역할도 가능해 진다. 이는 매우 진부한 원론적인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시점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그 길을 통해서만 우리가 찾아가야 할 희망의 길이 가능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간과해왔던 원론적인 길을 든든하고도 확실하게 닦아갈 때 농촌도 도시도 인간다운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게 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다. 여기에서부터 출발하지 않는 한 우리의 어둡고 답답한 현실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때가 지금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교인 특히 구세를 본령으로 하는 수행자들이 해야할 역할은 그 어느때 보다도 더욱 절실하고 중요하다고 하겠다.


도법 <선우도량 대표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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