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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청광 칼럼-권세가 뭐길래

기자명 윤청광
  • 사설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오는 12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우리나라 정치판이 실로 가관이다. 더더구나 ‘역사 바로 세우기’를 내걸고, 역사를 바로 세우기는 커녕‘집안 바로 세우기’조차 제대로 못해서 아들까지 구치소에 보내야 했던대통령과 그 불쌍한 대통령이 총재로 있는 집권 여당 안에서 미꾸라지인지토룡인지 검증도 안된 사람들이 저마다 용(龍)이라 자처하며 물고 뜯고치받으며 벌이는 더러운 니전투구를 보고 있자니, 후안무치도 분수가 있어야한다는 생각이 치밀어 오른다.

 대통령을 잘못 보필해서 대통령의 권위와 명예를 저 지경으로까지 추락시킨 권력의 핵심세력들이 국민 앞에 석고 대죄하기는 커녕 저마다 자기가 권세를 잡겠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으니 뻔뻔스럽기 그지 없고, 가증스럽기짝이 없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이 속진 세상을 ‘불난 집’에 비유한 적이 있거니와 오늘의 집권여당은 그야말로 ‘불난집’이요, ‘난파선’이라고 해도틀린 말이 아니다. 그런데, 나라와 민족을 제대로 이끌고 가야할 집권여당이대오각성하고 심기일전하여 대한민국을 올바른 길로 이끌고 갈 생각은 하지도 아니하고, 불난집에서 제 먹 을 빵, 제 입을 옷보따리만 챙기느라고 더러운 싸움만 벌이고 있고, 난파선에서 제돈, 제 양말만 챙기려고 혈안이 되어있으니, 그 불난 집을 믿고 살던 백성들은 어찌할 것이며, 그 난파선에 타고있는 백성들은 대체 어찌하란 말인가.

 더더욱 한심스런 일은 집권여당의 예비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가운데제 종교하나 떳떳하고 당당하게 밝히지 못한채 ‘무종교’라고 주접을 떠는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가소롭고 가소로운 일이다.

 우리나라 인구 4천2백만 가운데 약 50%가 무종교라는 통계조사가 있었으니, 물론 종교가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헌법에 종교의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니 믿는 자유도 있고, 믿지 않을 자유도 확실히 보장되어 있다.

 그러니 대통령선거에 예비후보로 나선 사람이 ‘종교없음’을 내세운다고해서 ‘무종교’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거때 사찰에 은밀히 찾아가서는 ‘독실한’ 불교신도인냥 행세를 하고, 스님들과 불자들에게 갖은 아양과 추파를 던지던 정치인이,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갑자기 ‘무종교’인행세를 하고, 신문 방송에 ‘종교없음’을 강조한다면 이것은 참으로 치사하고 비겁하고 비굴한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 가증스럽고 한심스런 일은 자기 자신은 ‘종교없음’인데, 부모는 ‘불교’요, 부인은 ‘불교’라고 밝히는 경우이다.

 해외교포 사회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 가운데 장삿속으로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머니는 불교, 부인은 교회, 자식들은 다른 교단에 내보내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지만, 만일,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 가운데장삿속으로 ‘무종교’를 내세우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은 ‘치사한 인간’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치사한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그의 아버지는 세상이다 아는 불교학자요, 불교에 심취해서 불교 서적도 펴낸 일이 있었고, 그 아들도 평소에는 불교신도로 행세하며 사찰참배도 다녔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감투를 쓰기 위해 종교를 바꾸고 변신해 버린 사람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의 고관대작 가운데도 감투를 쓰기 위해 출세를 위해 종교를 바꾼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종교를 믿을 자유도 있고 믿지 않을 자유도 있으며, 믿던종교를 버리고 다른 종교로 개종할 자유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신념과 양심에 따라 믿던지 말던지 해야지, 감투를 쓰기 위해, 출세를 위해, 장삿속으로 표를 긁어모으기 위해서, 종교를 감추고, 종교를 바꾼다면, 이런 한심스런 사람을 감히 어찌 지도자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천주교를 믿는 사람, 개신교를 믿는 사람은 신문 방송이나 공개석상에서도 당당하게 “나는 개신교를 믿는다”, “나는 천주교 신자다”하고 목에 힘주어 밝히는데, 어찌하여 “나는 불교신도다”하고 떳떳히 밝히는 예비후보는 단 한명도 없는 것인가?

 우리는 그동안 정치계의 여야에 상관없이 ‘나는 불교신도’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살아온 정치인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표에 상관없이, 당락에 관계없이, 자기가 신봉하는 종교를 당당히 밝힐 수 있는 사람, 이익이냐 손해냐를 따지지 않고 떳떳하게 자기의 종교를 내세울 수 있고, 그 종교가 가르친대로 말하고 행동하며 실천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라야 정치도 제대로 할 수 있고, 그런 사람이라야 신뢰받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

 표를 계산해서 종교를 감추고, 감투와 출세를 위해 종교를 바꾸고, 사찰에 가서는 시주금을 내놓고 불자 행세를 하고, 교회에 가서는 헌금을 내놓고 교회 신자행세를 하는 그런 박쥐같은 치사한 정치인이 있다면, 이런 부류의 인간들에게는 2천만 불자들이 뜨거운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

 권세가 뭐길래, 출세가 뭐길래, 종교를 감추고, 종교를 바꾼단 말인가.


윤청광/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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